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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안 듣는 수퍼 결핵 … 한 술 더 뜨는 울트라 결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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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호 18면

아침 드라마 ‘복희 누나’는 1960~70년대가 배경이다. 그런데 최근 극 중에서 강준모(류태준)의 짝사랑 ‘은영’이 폐결핵 진단을 받아 그 사랑이 짧은 만남으로 끝날 것 같은 걱정이 든다.

원장원의 알기 쉬운 의학 이야기

결핵은 50만 년 전 직립보행 인간의 유골에서도 그 흔적이 발견될 만큼 끊임없이 일류를 괴롭혀 온 질환이다. 다행히 50년 전후로 결핵 치료제들이 개발되고 생활환경이 개선되면서 결핵 환자 수가 크게 줄기 시작했다. 급기야 80년께는 많은 의학자가 결핵을 퇴치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예상하기도 했으나 부적절한 치료로 인해 치료약에 내성을 보이는 내성 결핵이 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결핵균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결핵과의 싸움은 아직 끝을 예단하기 힘들다. 우리나라의 경우 60년대 시작된 국가 결핵관리사업으로 새로운 결핵 환자가 계속 감소해 왔으나 2000년 이후로는 더 이상의 감소 추세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매년 3만여 명의 신규 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결핵 발생률이라고 한다.

결핵균은 다른 세균들에 비해 증식 속도가 매우 느릴 뿐 아니라 일부는 간헐적으로 증식하기도 한다. 또한 현재 사용 중인 결핵 약들은 결핵균의 대사 과정에 관여해 항균효과를 나타내므로 대사를 중단한(증식하지 않는) 결핵균에는 효과가 없다. 따라서 간헐적으로 증식하는 균까지 모두 살균하기 위해서는 6개월 이상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하다.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면 결핵균이 다시 증식해 치료에 실패하기 쉽다. 더구나 결핵 병소에 있는 결핵균 중 일부는 증식을 완전히 멈춘 휴지기 상태로 숨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결핵균은 6개월의 결핵약 복용에도 듣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결핵 치료를 종결하고 오랜 기간이 지난 뒤 면역 기능이 떨어지는 시점에 휴지기에 있던 결핵균이 재활성화돼 재발할 수도 있다.

결핵 치료는 보통 3~4가지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게 된다. 그 이유는 한 가지 약물을 복용할 때 100만 분의 1꼴로 내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용기전이 다른 3~4가지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면 내성균 없이 대부분 치료에 성공할 수 있다.

현재 결핵 약으로 사용 가능한 약물은 최대 10가지 정도인데, 1차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이 네가지이며 나머지 약들은 1차 약이 듣지 않거나 부작용이 있을 때 사용되는 2차 약이다. 그런데 최근 이탈리아·이란에 이어 인도에서도 10여 종의 결핵 약을 사용했음에도 치료되지 않아 사망한 ‘완전 내성 결핵균’ 환자 12명이 보고됐다. 완전 내성 결핵균은 아니어도 다제 내성 결핵균은 국내에도 많다. 1차 약 중 두가지에 내성인 결핵을 ‘다제 내성 결핵’으로, 2차 약에도 내성인 경우를 ‘광범위 내성 결핵’으로 분류하는데 후자를 흔히 ‘수퍼 결핵’으로 부른다. 국내의 경우 2004년 기준으로 ‘다제 내성 결핵’은 전체 결핵균의 2.7%이며 이 중 약 20%는 ‘광범위 내성 결핵’이었다.

흡연, 하루 4잔 이상의 음주, 영양 부족, 비타민 D 부족 등은 결핵 감염이나 재발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또한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의 경우 세배 가까이 결핵 발병의 위험이 증가하는데 조절이 잘되면 위험이 별로 증가하지 않는다. 따라서 금연, 절주, 충분한 햇볕 쬐기가 결핵 예방의 핵심이다. 당뇨 환자의 경우 치료를 잘 받는 게 결핵 위험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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