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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계 ‘김종인 해임’ 연판장 돌렸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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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일 국회에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 정책쇄신분과위 회의를 끝낸 김종인 비대위원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을 압박하던 한나라당 이명박계 의원들이 고민에 빠졌다. 이명박 대통령 탈당론에 불을 지핀 김 비대위원에 대한 ‘무력시위’의 수위를 놓고 주춤주춤하는 모습이다.

 차명진 의원이 19일 ‘김종인 비대위원 해임요구서’를 돌릴 때만 해도 이명박계는 빠르게 결집했다. 순식간에 이명박계 의원 대부분인 30여 명이 서명에 가담했다. 그러다 이명박계 주변에서도 자칫 박근혜계 대 이명박계의 대결로 비화할 수 있는 만큼 자제하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특히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도 차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자제를 주문하면서 분위기가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차 의원은 20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연판장의 이름을 ‘자진 사임 촉구안’으로 바꾸기로 했다.

 연판장이 박 위원장에게 실제 전달될지는 미지수다. 연판장 돌리기와 달리 문건 제출은 계파 사이의 충돌을 공식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무력시위’가 실질적 ‘무력행사’로 확대되는 건 적잖은 부담이다. 차 의원은 “(연판장을) 전달할지 고민하고 있다. ‘비대위 대 이명박계’의 모습으로 비춰질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서명한 의원이 ‘반(反)쇄신 세력’으로 낙인 찍히는 걸 우려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 비대위원은 “서명운동을 하든지 말든지 그 사람의 자유”라며 일일이 직접 맞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명박계는 탈당론의 배후에 박 위원장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진수희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위원장이 비대위를 내세워 (대통령 탈당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강력히 제지하지 않는 건 그런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전날 이재오 의원은 트위터에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주장했다.

 탈당 논란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이어졌다. 홍준표 전 대표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MB(이 대통령) 덕에 국회의원을 한 분들이 MB 탈당을 요구하는 것을 보니 정치가 참 비정하다”며 “4년 전 MB의 대선 바람으로 쉽게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이 MB와 절연한다고 해서 주민들이 믿어 주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MB의 공과를 안고 지금부터 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사람이 아니라 국민을 실망시킨 MB 정책, 정치행태를 탈당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분(이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할 것도 아니고, 대통령을 또 할 것도 아닌데, 사람을 탈당시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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