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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유류세 인하요구 시위 확산 조짐

중앙일보

입력

국제 유가가 6일 뉴욕과 런던시장에서 일제히 배럴당 34달러선을 돌파, 지난 90년 걸프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에서 시작된 고유가 항의시위가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각지로 급속히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석유 저장시설 및 정유소 봉쇄시위를 나흘째 벌이고 있는 최대 운수노조 FNTR가 이날 정부가 제안한 연료세 인하폭이 불충분하다며 시위를 계속할 뜻임을 분명히 한 반면, 정부측도 강경 입장으로 맞서 시위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특히 영국해협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샬레지방의 농부와 트럭운전사들은 정부측의 가시적 조치가 없을 경우 영국해협 터널에 접근할 수 없도록 봉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프랑스 정부와 FNTR, UNOSTRA, TLF 3개 운수노조 지도부는 12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갖고 올해 유류세를 ℓ당 0.35프랑(약 50원), 내년도에 다시 0.25프랑을 내리는데 합의했었다.

그러나 노조원들의 총의를 물은 FNTR는 정부가 제안한 내년도 인하분 0.25프랑에서 0.10프랑을 더 내려야 한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봉쇄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이번 시위로 프랑스 경제가 큰 타격을 보고 있으며 정부도 인내의 한계에 달했다"고 경고했고, 장 클로드 개소 교통장관은 "정부의 제안은 최종적인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트럭운전사들과 농부, 구급차 운전사, 택시 운전사들의 석유 저장시설 및 정유소 봉쇄로 석유 유통망이 마비된 가운데 이날 프랑스 제2 도시 리옹의 공항에서는 연료 공급량이 모자라 일부 항공기 이륙이 취소되고 일부는 항로를 변경하는 소동이 빚어졌고 주유소 마다 연료를 확보하려는 차량들이 줄을 이었다.

또한 독일의 화물운송업자들과 승용차 운전자들은 프랑스에서 성공을 거둔 유사한 시위에 이어 자신들도 고유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일 태세가 돼 있다고 밝혔다.

3천5백여 운송업체들을 대변하는 독일 화물운송연맹(BSL)은 정부당국의 유류세 인하조치를 관철시키기 위해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다짐했으나 프랑스에서와 같은 주유소 봉쇄 방안을 채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자동차협회(ADAC)의 에르하르트 욈 부회장은 독일의 승용차 운전자들은 고유가와 높은 유류세, 달러 강세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대중은 착취당하고 있다고 느끼면 시위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함께 이탈리아 트럭운송업협회인 CUNA는 "운송업체들의 영업이 위험한 상황에 도달하기 전에 더이상의 유가인상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일방 통보하고 정부측과의 협상을 일시 중단, 오는 13일 피에르후이지 베르사니 교통장관과 직접 만나 타결책을 모색키로 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지난해 유가가 인상됐음에도 불구, 큰 불만없이 이를 감수했으나 유가가 갤런당 2달러나 급등한 중서부 지방을 중심으로 손수 운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소비자들이 올 겨울쯤 유류비 급등을 체감하게 되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한편 석유전문가들은 미국의 석유재고량이 24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난방유 재고는 1년 전에 비해 40%나 격감, 조만간 증산이 이뤄진다 해도 올겨울 난방유 부족사태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들어 유가가 당분간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파리.로마 AP.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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