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시대 「피곤한」 휴가 풍속도

중앙일보

입력

앤더슨 컨설팅(Andersen Consulting)은 1주일 이상 휴가를 보낸 사람들 중 사무실과 연락을 계속 취한 사람이 83%나 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당신은 음료수를 마시며 해변에 누워 있다. 화려한 해변용 파라솔 때문에 당신은 더욱 돋보인다. 햇볕에 몸을 그을리는 동안 파도가 당신의 발을 부드럽게 감싼다.

그런데 여전히 뭔가 이상하다. 집에서 수 마일이나 멀리 떠나 왔지만, 통신매체에 지나치게 매달리며 정보로 과부하된 당신의 의식이 바로 문제의 시발점이다.

사무실 일이 궁금해진 당신, 백사장을 가로질러 호텔로 올라가 업무 관련 e-메일을 확인해보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

일의 우선순위 결정

남의 일 같지 않은가? 당신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근로자들은 휴가중 통신에 연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 어느때보다 불편하게 느끼고 있다.

앤더슨 컨설팅에 따르면, 1주일 이상의 휴가를 보낸 사람들 가운데 83%가 사무실과 계속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대다수는 보이스 메일을 확인하는 수준이지만 16%는 랩톱을 가져가 e-메일을 받는데 사용했다. 어느 불쌍한 근로자는 휴식을 취하기 위해 떠난 휴가기간 동안 300통의 e-메일 답장을 보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휴가때 연락을 유지하기 위해 휴대폰, 랩톱, 호출기 세 가지를 모두 가져간 사람의 비율은 25명중 1명꼴인 것으로 조사됐다.

앤더슨의 전략적 변화 연구소(Institute for Strategic Change) 이사인 토마스 H. 데이븐포트는 이번 조사에 대해 "통신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신경제에 있어 하나의 생활 양식으로 정착돼 가고 있다"고 논평했다.

기타 조사 결과

앤더슨의 과학부장인 글로버 퍼거슨 주니어는 "현대의 비즈니스는 전반적으로 매우 경쟁적이고 열띤 환경을 맞으며 새로운 국면으로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이 사무실과 연락을 취하는 이유에 대해 "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없는 동안 중요한 업무들이 적임자에 의해 처리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그는 "휴가기간동안의 많은 e-메일 접속은 다름 아닌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응답자의 1/3 가량은 계속 연락을 취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 설레는게 아니라 필요 때문에 그렇게 한다고 답했고, 25%는 계속 연락을 취해야 휴가에서 돌아왔을 때 밀린 업무를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나머지 25%는 연락을 계속 취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앤더슨의 이번 전화조사는 미국내 가구당 총 수입이 7만 5000 달러 이상인 30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자들은 보건에서부터 하이테크와 건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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