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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아이디어… 벤처 심지 돋운다

중앙일보

입력

축협중앙회 서울 서소문 지점장으로 있으면서 농축협 통합을 앞두고 앞날을 걱정하던 최광운(崔光雲.46) 씨는 지난 6월 말 벤처행을 선택했다.

음성카드를 개발한 벤처기업 하빈의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음성카드를 포함한 꽃배달 서비스업에 착안했다. 이른바 ''보이스 플라워'' 다. 꽃배달업 자체야 평범한 사업이지만 보내는 사람의 음성을 카드에 담아 꽃과 함께 배달하면 인기를 끌 수 있다고 판단했다.

崔씨는 음성칩과 스피커를 내장한 6㎜ 두께 명함 크기의 음성카드를 이용했다. 원하는 메시지를 12초 동안 녹음할 수 있으며, 6백번 이상 재생해 들을 수 있다.

유.무선 전화나 인터넷 접속만으로도 꽃배달 주문이 가능하도록 한 이 사업은 세계 처음이다. 그는 지난달 1일 특허청에 이 사업 모델을 특허출원했다.

崔씨는 이 아이디어로 7일 경기도 과천 서울지방중소기업청에서 열리는 제1회 창업 비즈니스모델(BM) 경진대회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받는다.

가라앉은 벤처업계의 분위기를 북돋울 만한 벤처인의 아이디어와 노력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중앙일보와 중소기업청이 공동 주최한 창업 비즈니스모델 경진대회는 우리 사회의 벤처 열기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6월 초부터 한달반 동안 열린 인터넷(http://www.sohoexpo.or.kr)상의 소호(SOHO.재택소규모 창업) 사이버 박람회에는 2백1개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아이디어가 접수됐다.

두차례의 심사를 거쳐 5개를 수상작으로 뽑았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벤처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것이 이 대회의 목적이다.

이날 최우수상을 받을 사업모델은 ㈜샛커뮤니티의 웹 캐스팅 솔루션 4D 웨이브 플레이어. 인터넷을 통해 고객이 영화를 보는 시간을 기억하는 시간축 기술을 사업화했다.

이 기능을 쓰면 재접속할 때 자신이 보았던 장면부터 영화가 시작되며, 고객이 영화를 본 시간 만큼만 요금이 계산된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영상물을 볼 때 항상 처음부터 봐야 하거나 몇분 보지도 않았는데 영화 한편 요금을 내야 하는 네티즌의 불만을 덜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웹 케스팅 솔루션을 개발한 샛커뮤니티 오지수(吳知修.28.여) 사장은 대학을 졸업한 뒤 한 벤처기업에서 홈페이지 제작 일을 하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특허출원하고 사업화했다.

吳사장은 "무수히 쏟아지는 인터넷 방송.영상 업체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아이디어" 라고 자평했다.

보이스 플라워 비즈니스 모델을 낸 최사장과 함께 공동 우수상을 받는 사람은 컨벤션밸리라는 회사를 차린 이소영씨. 인터넷을 통해 대형 컨벤션(회의) 에 필요한 장소와 통역 등 각종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중개하는 아이디어다.

컨벤션밸리측은 자사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시간 절약은 물론 회의 비용을 25~30%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려상은 인터넷을 이용해 섬유업체의 수출입 업무와 전자상거래를 도와주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한 아이작텍스닷컴(대표 김원섭) 과 인터넷 경매를 통해 국제 운송을 이용하도록 중개해 무역회사들이 보다 값싼 운임으로 화물을 보내고 받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낸 이포컴(대표 신언호) 이 받았다.

이번 대회에 출품한 비즈니스 모델은 전자상거래 관련 인터넷 비즈니스가 전체의 25%를 차지했으며 그 다음으로 ▶정보제공업 22% ▶제조업 8% ▶정보통신업 7%의 순이었다.

비즈니스 모델은 1998년 미국에서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과 개인이 특허등록을 하면서 그 중요성이 부각됐다. 미국에선 현재 4천건 이상의 비즈니스 모델이 등록했다.

국내에선 98년 1백17건, 99년 5백13건이었던 비즈니스 모델 출원이 올해는 지난 6월까지 2천5백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아직 비즈니스 모델 특허등록에 대한 뚜렷한 정의가 없는 상태다. 새롭고 재미있는 사업이 나오면 이를 베끼는 게 국내 인터넷 벤처업계의 현실이다.

벤처기업협회 유용호 기획조정실장은 "인터넷 사업은 물리적인 기술보다 비즈니스 모델이 더 중요하므로 선진국에선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며 "우리나라도 조만간 타사가 출원한 비즈니스 모델을 베낀 업체를 제재하는 장치가 마련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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