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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처럼 아름다운 영화는 세상에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월 개봉한 영화에 특별 출연했던 아마추어 배우 김병기 지오인터랙티브 대표. 정확한 미래예측과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 전략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로부터 2년 연속해서 미국 컴덱스에 초청받을 정도로 유망한 기업으로 키워냈다.

영화에 특별출연한 ''배우 사장''

영화 배우같은 사장. 아니, 실제로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사장이라면 직원들은 그를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6월 개봉한 이정국 감독의 영화 ‘산책’에 특별 출연한 배우가 사장인 벤처 기업이 있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 가운데 영화에 관계하는 사람들로부터 특별 출연해 달라는 제안을 받아서 그냥 한번 해본 것뿐이지만, 벤처처럼 아름다운 영화는 아직 없는 것 같아요.”

PDA와 휴대폰 등 이른바 포켓PC의 게임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 세계적인 명성을 확보하고 있는 지오인터랙티브의 김병기 대표(38) 이야기다. 85년 서강대 전자계산학과 졸업과 함께 삼성전자에 입사, 소프트웨어 개발팀, 해외사업부, 신규사업 개발팀 등을 거친 김대표는 지난 97년 잘 나가던 대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 팀장이라는 직책을 버리고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벤처기업 창업자로 나섰다. 당시로서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터다.

창업 때만 해도 휴대폰이라든가 PDA 같은 포켓PC에 관심이 높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개척 분야라 해도 확실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김대표는 이 분야에 승부수를 던졌다. 대기업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경력은 그의 생각에 확신을 심어주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모바일 분야가 지금처럼 크게 성장할 줄 생각하지 못했지만, 무엇보다 이 분야의 가능성에 대해서만큼은 확신하고 있었다고 한다. “시장 조사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계획은 절대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고객이 있는 곳에서부터 비즈니스가 시작돼야 한다는 게 당시의 생각이었고, 앞으로도 그런 전략에는 변함 없을 겁니다.”

야심을 갖고 내놓은 제품이 ‘팜 골프’. PDA를 이용해 실전 골프와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게임으로 당시 PC용 골프 게임은 나온 게 있었지만, PDA용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으로는 세계 최초의 성과였다.

이 게임은 PDA용 운영체제인 윈도CE를 내놓은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격찬을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지오인터랙티브를 공식적인 파트너로 인정, 98, 99년 2년 연속해서 세계적인 컴퓨터 프로그램 전시회인 컴덱스 폴 쇼에 초청했다. 이는 국내 업체로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처음에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에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CE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짜야 하는데, 아무런 정답이 없었지요. 마이크로소프트조차 해답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상황이에요. 어쩔 수 없이 우리들 스스로가 답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팜골프는 그 해에 로열티 수입만으로 50만달러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올렸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지오인터랙티브는 99년 12월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팜 골프를 3D용으로 업그레이드 한 지오골프로 8월 현재 4억원의 매출 성과를 기록했으며, 연내 2백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게 김대표의 계획이다.

PDA용 3D 골프 게임 ‘지오골프’는 세계적인 컴퓨터 잡지 ‘PC매거진’에서 우수 게임으로 선정됐으며, 소프트웨어 인증 기관인 윈도CE레이어에서는 전체 6점에 6점 만점을 받기까지 했다. 또 컴퓨터 프로그램 평가 사이트인 ZDnet으로부터는 우수 소프트웨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외에서 받고 있는 호평을 바탕으로 실리콘 밸리에 이미 현지 법인을 냈어요. 올해 안에 일본에도 현지 법인을 설립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휴대폰과 관련한 세계적 기업 ‘소켓’으로부터 사업 제휴 제안을 받았는데, 이는 실리콘밸리 현지 법인의 성과입니다.”

시장구조가 취약한 내수보다는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게 김대표의 전략이었지만, 최근 국내 휴대폰용 게임으로 ‘야채전쟁’을 내놓으면서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의 우위를 놓치지 않겠다고 한다. 그와 함께 인터넷 분야에서도 눈길을 끌만한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한국에 관한 정보를 일본어로 제공하는 코리아네이비닷컴 사이트(http://www.koreanavi.com)를 운영하는 일과, 이른바 PPL 광고기법을 활용하는 일을 시작했어요. 우리가 일본보다 앞섰다는 식의 막연한 교만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일본인들에게 우리 기술과 정보를 보여주자고 생각했지요. 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인터넷 광고의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려는 거지요. 인터넷 사업에도 발을 들이기 시작했지만 무엇보다 무선 인터넷 시장의 가능성은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실리콘 밸리에서도 가장 뜨거운 이슈가 모바일 시장입니다. 국내에서도 최근 IMT2000사업과 관련해 관심이 급속히 증폭되는 것처럼 이쪽 시장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지오인터랙티브의 사원은 50명이 채 안 된다. 평균 나이는 23.6세. 작은 규모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사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까탈스런 과정을 통해 선발된 직원들은 대부분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한다. 이 분야의 일은 무엇보다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김대표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8월 들어서면서부터 지오인터랙티브는 주 5일제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물론 CEO인 김대표로서는 토요일을 쉴 수 없는 상황. 겨우 일요일에야 김대표 역시 휴대폰조차 꺼놓은 상태로 완벽하게 하루 쉰다.

“나눔 이야기를 하는 벤처 경영인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외부의 지탄을 피하기 위해 그저 생색이나 내는 따위의 나눔을 할 생각은 없어요. 경영자의 가장 기본적인 자질인 ‘나눔’을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잖아요. 한번 한다면 정말 굵직하고 큰 효과가 있는 그런 나눔의 일을 하고 싶습니다.”

벤처 기업의 벤처 정신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벤처 기업의 한 가운데에 바로 영화배우처럼 아름다운 남자 김병기 대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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