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여윳돈 아파트상가로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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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내 상가 분양경기가 나아질 조짐이다.

본지가 지난달 말부터 이달 3일까지 나온 수도권 6개 지역 아파트 상가 분양실적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총 점포수의 절반 이상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 30%의 분양률을 벗어나지 못했던 상가가 오랜만에 투자자로부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주택업계는 주식시장 침체와 저금리로 시중의 여윳돈들이 비교적 높은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가로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목좋은 점포는 은행금리를 훨씬 넘는 고정수입이 보장되고 나중에 프리미엄을 얹어 되팔 수 있기 때문이다.

◇ 분양률 어땠나〓지난달 30일 입찰한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 부영1차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58개 점포 중 46%인 27개가 낙찰됐다. 학원.병원 등 큰 규모의 점포가 많이 분양돼 면적으로 따지면 65%가 팔린 셈이다.

같은 날 입찰한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쌍용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48개 점포 가운데 24개가 분양됐다.

1층 목좋은 점포는 모두 재개발 조합원이 차지하는 바람에 이날 입찰 분은 선호도가 떨어지는 곳이었지만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지난달 31일 입찰에 부쳐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삼성 래미안 상가 역시 36개 점포 중 23개가 팔렸다.

배후 아파트가 1천4백72가구로 대단지인데다 가구당 상가 면적이 0.39평으로 작았던 게 메리트로 작용했다.

이 단지 민정환 분양소장은 "특별한 부동산 투자상품이 없다 보니 투자성이 비교적 안전한 아파트상가로 눈을 돌리게 된 것 같다" 고 전했다.

서울 용산구 산천동 삼성 '테마트' 는 입찰 당일(8월 29일)분양률이 40% 정도에 그쳤으나 할인매장.병원.학원 등을 수의계약으로 팔았기 때문에 면적으로는 50%를 넘었다. 수원 정자지구 LG아파트 상가도 점포수 대비 64%가 주인을 찾았다.

◇ 어떤 업종이 잘 팔리나〓공통적 인기 업종은 부동산 중개업소와 1층 소형 슈퍼마켓용 점포. 남양주시 도농동 부영 상가의 경우 중개업소를 차릴 만한 실평수 3.3평(분양면적 7.4평형)짜리가 36대 1의 경쟁률로 내정가(1억1천5백만원)의 세배 가까운 3억2천만원에 낙찰됐다.

1~2층에 들어서는 제과점.비디오점.책대여점.미용실 등도 인기를 끌었다.

1천가구 이상 배후단지를 갖고 있는 상가는 내과.소아과.치과와 같은 병원과 피아노 학원도 관심을 모았다.

반면 대형할인점의 등장으로 지하층 대형 슈퍼마켓은 1층의 10평짜리 슈퍼용 점포만도 못하다. 따라서 아예 지하를 없애거나 10여평씩 쪼개 다양한 업종이 장사할 수 있도록 바뀌고 있다.

약국용 점포도 시들해졌다. 쌍용건설 상가분양팀 박민관 과장은 "의약분업과 약국의 대형화 추세로 단지 내 좁은 약국 점포를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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