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박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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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의장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의 한복판에 서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18일 오전 6시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입장을 밝힌다. 일본·우즈베키스탄 등을 10박11일간의 일정으로 방문하고 돌아온 박 의장은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박 의장은 돈봉투 파문과 관련,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한다. 박 의장은 귀국하자마자 입국장에서 이 같은 취지의 입장을 밝히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유감을 표명할 것이라고 의장실 관계자가 17일 전했다. 박 의장은 해외에서 기자들에게 “귀국해서 얘기하겠다”며 말을 아꼈었다.

 이는 돈봉투 의혹에 대한 수사에서 자신이나 주변 인사들이 사건에 연루됐을 경우 의장직 사퇴 등의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미 “책임 있는 사람은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달라”며 사실상 박 의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민주통합당은 박 의장의 사퇴 촉구 결의안까지 제출한 상태다.

 의장실 관계자는 “박 의장은 자신의 보좌진 등이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는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고 고민도 깊다”며 “검찰이 수사에 응하라고 요구할 경우에는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2008년 전대 당시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에게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넨 인물로 박 의장의 전 비서인 고명진씨가 지목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박 의장은 돈봉투 살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검찰에서 “돈봉투는 전당대회 2∼3일 전 검은 뿔테 안경을 쓴 30대 초중반의 남성이 가져왔으며, 전대 다음 날인 7월 4일 내 보좌관이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6층 대표실에 있던 고씨에게 돈봉투를 돌려줬다”며 박 의장 측을 돈봉투를 건넨 쪽으로 지목했다.

 박 의장이 귀국해 입장을 밝히면 검찰 수사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검찰은 2008년 전대 당시 ‘박희태 캠프’에서 일했던 안병용 한나라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돈봉투 전달을 지시한 혐의로 16일 구속했다. 이어 캠프의 재정 담당이었던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의 소환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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