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란치의 '마지막' 올림픽

중앙일보

입력

올림픽운동의 `황제'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80.스페인)의 감회는 새롭다.

15일 개막될 시드니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전날 입국한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가장 큰 걱정은 올림픽기간 날씨가 춥고 비가 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지난 80년 모스크바 총회에서 IOC수장에 오른 이후 20년동안 권좌를 이어온 그답지않은 '기우'였다.

밀레니엄 첫 올림픽이자 2001년 7월 모스크바총회에서 후계자에게 대권을 넘겨주기전 마지막 대회를 치를 그는 공항에 나온 기자들의 쏟아진 질문에 "우선 자고 싶다"고 말할 만큼 힘이 빠져 있었다.

지난 97년 IOC위원장에 재선, 4번째 임기를 이어간 사마란치는 지난 해 초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유치와 관련된 스캔들로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장 클로드 강가(콩고)를 포함한 일부 IOC위원만 퇴출시키고 사상 최악의 사건을 올림픽운동의 새출발 계기로 급반전시켰다,

IOC내에 윤리위원회를 만들고 울라브 코스(노르웨이) 등을 IOC위원으로 임명하는 등 메달리스트, 여성의 참여폭을 늘렸으며 금지약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반도핑기구(WADA를 창설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10개월뒤면 무대 뒤로 사라질 그는 IOC 안팎에서 김운용(한국), 캐번 고스퍼(호주), 딕 파운드(캐나다), 자크 로게(벨기에)를 자신의 뒤를 이를 잠재적 후보그룹으로 보지만 아직 특정인사를 지지하지않고 있다.

사마란치는 킬러닌 경(아일랜드)의 뒤를 이어 IOC수장에 오른 뒤 장기집권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올림픽을 상업주의에 오염시켰다는 비난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마케팅 수완을 발휘, IOC의 재정자립을 튼튼히 하는 동시에 솔리다리티기금을 통해 저개발국 스포츠발전에도 큰 공헌을 했다는 점에서 그의 은퇴를 아쉽게 보는 시각도 있다.

사마란치 IOC위원장은 대회조직위원회(SOCOG)가 IOC위원장의 권위를 고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내려다보이는 IOC본부호텔 하루 2천400호주달러짜리 최고급 객실을 제공하자 "그럴 필요없다"며 사무실로 전환하도록 지시했고 집행위원초청 만찬장에 쓸 포도주도 병당 50호주달러(약 3만3천원)이하로 주문하는 등 퇴색한 IOC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