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애(時越愛)- 장편의 CF같은 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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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포인트

이야기보다는 장편의 CF같은 영상에 주목하시길.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한폭의 그림같은 바다위의 집 풍광, 와인과 스파게티 그리고 수족관. 두 번의 프린트 작업을 거치는 정성을 통해 나온 화면 질감이 고급스럽다.

〈그대안의 블루〉와〈네온 속으로 노을지다〉를 통해 탁월한 영상감각을 선보였던 이현승 감독이〈시월애〉라는 감성 멜로 영화를 6년만에 내놓았다.

선혈 낭자한 공포물에 휩싸여 여름을 보낸 충무로가 가을을 맞아 처음 내놓은 사랑 이야기〈시월애〉는 이정재와 전지현의 캐스팅,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제작된 예고편 등으로 제작부터 화제를 불러 모았던 작품이다.

〈시월애〉는 제목 그대로 시간을 초월한 남녀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강화도 바닷가에 자리한 그림같은 외딴집, '일 마레'(이태리어로 '바다'라는 뜻)로 이사온 성현(이정재)은 2년 후인 2000년에 살고 있는 은주(전지현)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된다. 전에 그 집에 살았던 여자라면서. 둘은 처음에 서로를 믿지 않지만, 여러 사건을 통해 서로 다른 시간속에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유학간 애인의 변심으로 아파하는 은주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성현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상대방의 아픔을 달래고 따뜻한 사랑의 감정을 나눈다.

〈시월애〉는 시공을 초월한 남녀의 만남이라는 점에서〈동감〉과 유사하다. 그리고 실연에 대한 아픔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두 남녀가 서로를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뒤늦게 사랑을 발견한다는 이야기는〈접속〉을 연상시킨다. 또한 그들이 주고 받는 '편지'라는 매개체는 이와이 순지의 〈러브레터〉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 영화가 위에 열거한 세 영화들과 다른 점을 찾으라면, 그건 이미지다. 바닷가에 지어진 그림같은 집 '일 마레', 그들의 교신을 가능하게 한 신비한 우체통, 앙상한 나무 전체를 감싸고 반짝이는 조명 불빛들과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는 연인들. 두 번의 프린트 작업을 거치는 정성을 통해 나왔다는 고급스런 화면의 질감.

이현승 감독과 〈유령〉과〈반칙왕〉의 홍경표 촬영감독이 만나 만들어 낸 이미지는 단연 돋보인다. 그리고 98년과 200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간격의 설정이 좀더 피부에 와닿는 애틋함을 전한다.

그러나 환상적인 영상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드라마적 요소가 약해 다소 지루해진 느낌이다.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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