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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주 '작은 고추 매운 맛' 자랑

중앙일보

입력

대형주들이 갈수록 힘을 잃고 있는 틈새에서 중소형주들이 약진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둔해지고, 프로그램 매물이 증시를 짓눌러 대형주들이 외면받는 상황에서 중소형주들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4일 거래소 시장에선 대형주(자본금 7백50억원 이상)지수가 5백44.06으로 전날보다 11.35포인트(2.0%)나 떨어진 반면 소형주(자본금 3백50억원 미만)지수는 1천3백61.72로 18.28포인트(1.4%) 상승했다.

중형주(3백50억~7백50억원)지수는 3.4포인트(0.5%)떨어졌지만, 대형주에 비해선 탄탄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주가가 단기 저점을 기록했던 지난 8월 8일 이후를 보면, 대형주는 1.4% 오르는 데 그쳤지만 중형주는 2.9% 상승했고 소형주는 10.1%나 급등했다.

이처럼 중소형주가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로 증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증시 주변 자금이 갈수록 고갈되고 있는 점을 꼽고 있다.

대형주가 오르려면 대량 매매에 나서는 기관들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최근 주식형 펀드의 자금 이탈로 기관의 매수 여력은 갈수록 약해지는 상황이다.

경제성장이 한풀 꺾이고 있는 것도 중소형주 강세의 배경으로 해석된다.

경기 상승이 둔해지면 경기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대형주들은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치가 떨어진다.

반면 중소형주들은 안전한 영업기반과 자산가치를 기반으로 해 경기 흐름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중소형주는 최근 정부가 적대적 M&A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면서 테마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단기적으론 오는 14일의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의 만기일을 앞두고 종합지수에 영향을 덜 받는 중소형주들은 프로그램 차익 매물의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중소형주의 강세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뉴욕증시의 경우 대형 우량주 지수인 다우지수가 올들어 8월 말까지 0.9% 떨어진 데 비해 S&P 중형주 지수는 20%를 넘는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신영증권 장득수 연구위원은 "경기 흐름과 증시 주변 자금사정에 비춰 앞으로 대형주의 부활을 기대하기는 갈수록 어려운 상황" 이라며 "9월 이후 하반기 장세는 중소형주가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고 진단했다.

그러나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굿모닝증권 손종원 연구위원은 "최근 중소형주 강세는 이제껏 대형주의 그늘에 가려 너무 저평가됐던 데 따른 반등" 이라며 "어느 정도 오른 후에는 전체 장세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만큼 옥석을 가리는 투자자세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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