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를 만든 크루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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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는 한 팀의 살림을 책임지는 '안방 마님'과 같은 존재이다.

요즘은 마이크 피아자(뉴욕 메츠)
, 이반 로드리게스(텍사스)
등의 공격형 포수들이 대거 등장, 메이저리그 팬들의 눈을 높혀 놨지만, 원래 포수에게 맡겨진 주임무는 따로 있다.

포수는 9개의 포지션 중 그라운드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유일한 포지션이다. 따라서 포수는 다른 선수들보다도 그 경기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있어야 한다. 즉 감독이 후방에 있는 총사령관이라면 포수는 야전사령관인 셈이다.

그에 앞서 포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역시 투수를 리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포수는 볼 배합시 투수의 의견을 최대한 배려, 투수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며 정확한 포구로 투수에게 안정감을 준다.

특히 메이저리그 경륜이 짧은 투수일 수록 포수의 중요성은 더하다.

올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박찬호에게 포수 채드 크루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얼마전 박은 "피아자는 고집불통이었고, 헌들리는 지나치게 직구만 요구하는 반면, 크루터는 주문하는 공이 자신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한다."라고 밝혀 크루터와의 찰떡궁합을 자랑한 바 있다.

박찬호 경기에서 크루터의 투수 리드를 눈여겨 보면, 적절한 타이밍에서 변화구를 충분히 이용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박은 올시즌 크루터와 호흡을 맞췄던 25경기에서 평균 3.56의 볼넷과 6.16개의 삼진을 기록한 반면, 헌들리가 공을 받아준 4경기에서는 4.75개의 볼넷에 4.5개의 삼진율을 기록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유명한 투-포수 콤비는 그랙 매덕스와 에디 페레즈(이상 애틀란타)
. 페레즈는 매덕스가 등판하는 날이면 언제나 주전 포수 하비 로페즈를 제치고 출장하면서 '매덕스 전용포수'라 불리고 있다.

이만하면 크루터도 박찬호의 전용포수라 불리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문제는 크루터가 36세의 노장이라는 점. 그가 언제까지 박의 공을 받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박찬호는 크루터가 공을 받아주는 동안 그에게서 자신의 피칭을 극대화할 수 있는 볼배합을 배워야 한다. 경력의 중반에 접어드는 만큼 이제는 신출내기 포수도 리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Joins.com 김형준 기자<generlst@joins.com>

◆ 메이저리그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조인스 스포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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