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테니스] 이형택 16강 '신화' "샘프라스 나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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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Lee)가 지금처럼만 한다면 샘프러스도 고전할 것이다."

세계랭킹 11위 프랑코 스킬라리(아르헨티나)를 격파, 파란을 일으켰던 이형택(24.삼성증권.세계랭킹 1백82위)이 32강전에서 세계랭킹 57위 라이너 슈틀러(독일)마저 누르고 16강에 오르자 AP통신은 이같이 보도했다.

이형택의 승리를 예상치 못한 대회 주최측은 경기 직후 통역을 구하느라 진땀을 뺐고 이형택은 "샘프러스와 겨루게 돼 영광" 이라며 "샘프러스의 강서비스만 공략할 수 있다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US오픈테니스에서 연일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형택이 16강 고지까지 올랐다.

한국 여자선수로는 이덕희가 1981년 US오픈 16강까지 오른 적이 있지만 세계 1백80위권인 한국 남자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16강에 오른 것은 '기적' 일 수밖에 없다.

이형택은 3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플러싱메도 국립테니스센터에서 벌어진 남자 단식 3회전에서 교민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슈틀러를 3 - 1(6 - 2, 3 - 6, 6 - 4, 6 - 4)로 제압했다.

이의 깊숙한 강스트로크에 슈틀러는 좌우로 춤을 췄다' 는 현지 언론의 보도처럼 이형택은 그라운드 스트로크에서 슈틀러를 압도, 32강 진출이 이변이 아님을 입증했다.

강서비스와 적극적인 네트플레이로 1세트를 쉽게 따낸 이는 슈틀러의 노련미에 말려 2세트를 내주었으나 3, 4세트에서 날카로운 강스트로크를 성공시키며 승리를 따냈다.

이는 첫서비스 성공률이 56%(슈틀러 64%)에 그쳤으나 고비마다 위닝샷을 터뜨렸고 4세트에서는 게임 스코어 1 - 4에서 내리 다섯 게임을 따내는 뒷심을 발휘했다.

이는 16강 진출로 상금 5만5천달러와 함께 랭킹점수 1백65점을 확보, 세계랭킹 1백위에 바짝 다가섰다.

이형택은 이날 애거스틴 갤러리(아르헨티나)를 3 - 0으로 완파한 세계 최강 피트 샘프러스(미국.4번 시드)와 5일 16강전에서 맞붙는다.

전력상으론 절대적인 열세지만 샘프러스가 윔블던 우승 이후 허리 부상 등 컨디션 난조를 보이고 있고 부담없는 이형택이 실수를 줄인다면 이변이 벌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예브게니 카펠니코프(러시아).마크 필리포시스(호주)는 각각 도미니크 흐르바티(슬로바키아).존 마이클 갬빌(미국)에게 0 - 3으로 완패, 탈락했다.

여자단식 3회전에서는 지난해 우승자 세레나 윌리엄스와 린제이 데이븐포트(이상 미국)가 나란히 16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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