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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기 어려우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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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이야기한 책들

- 아이를 부자로 키우는 법(변재용 지음, 중앙M&B 펴냄)
- 한국 엄마들이 미쳤다구요?(전옥경 지음, 베스트셀러 펴냄)
- 기쁨을 아는 아이가 행복하다(린다, 리처드 에어 지음, 김원숙 옮김, 한울림 펴냄)
- 수험생 우리 아이와 딱 1년만 자연주의로 살아보기(이진아 지음, 시공사 펴냄)
- 남자아이 키우기/여자아이 키우기(송기헌 감수, 롱셀러 펴냄)
- 흔들리는 부모들(수잔 포워드 지음, 한창환 옮김, 사피엔티아 펴냄)

★ 함께 이야기한 사람들

- 아줌마 1: 36세, 대졸, 직장생활 13년, 결혼 10년째, 초등학교 2학년 아들, 유치원 다니는 6살박이 아들.
- 아줌마 2와 그 딸: 36세, 대졸, 직장생활 12년, 결혼 4년째, 33개월 된 딸 아이 하나.
- 아저씨: 40세, 대졸, 직장생활 13년, 결혼 14년째, 초등학교 6학년 아들, 11개월 된 딸 아이.

★ 함께 나눈 이야기들

■ 언제나 어려운 아이 키우기

아저씨: 요즘이라고 특별한 것이야 없겠지만, 유난히 요즘 아이 키우기를 주제로 한 책들이 눈에 띄는군요. 어떠세요. 지난 여름 아이들과 보내시는 데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지난 여름에 지리산을 다녀왔는데, 11개월 된 딸 아이가 있어서 여행이 아니라 이건 아예 노동이 되고 말았어요. 자식 키운다는 게 육체적인 점에서부터 어려운 거예요. 그렇죠?

아줌마 1: 직장생활에 얽매다 보니 다른 사람들보다 아이 교육에 대해 관심이 모자랐지요. 그런데 아이가 점점 커서 개성이 점점 드러나면서 어려워진다는 걸 알게 되더군요. 아들 아이의 개성을 살려주면서도 교육적으로 접근하는 방법 같은 기술적인 고민이 늘어나요.

아줌마 2: 엄마들은 주로 이웃과 늘 비교하면서 자기 아이 교육에 대해서 생각하거든요. 우리나라 젊은 엄마들의 교육열이 어느 수준인지 알게 되면 정말 깜짝 놀라겠더라구요. 정말 많은 정보를 갖고 있고, 그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도 정말 전문가 수준이에요. 유아교육 프로그램에서부터 전국의 유치원 수준까지 쫘르륵 꿰고 있더군요. 아이를 그냥 편안하게 키우고 싶은 생각을 하다가도 그런 엄마들을 만나게 되면 혼란스러워져요.

■ 돈과 경제 개념 바로 심어주기

아저씨: 아이에게 돈과 경제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심어주자는 취지로 나온 책이 있어요. 한솔교육의 변재용 대표가 쓴 <아이를 부자로 키우는 법>(중앙M&B 펴냄)이 그거죠. 책 표지에 '아이를 행복한 부자로 키우고 싶은 모든 부모들에게'라는 글이 있더군요. 아직은 불안하지만 이제 막 경제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우리 사회의 부모들에게 어필하는 게 있더군요.

아줌마 1: 처음에 이 책 소개를 보고 관심을 가졌어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이 샐러리맨들에게 생각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 주었다고 하잖아요. 나도 그 책을 흥미롭게 봤고, <아이를 부자로 키우는 법>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어린이 버전 쯤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이 책은 전반적인 아이 키우기 이야기이고, 단순히 '부자'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더군요.

아줌마 2: 경제 개념을 새롭게 가르쳐야 할 필요를 느껴요. 어차피 돈에 대한 판단과 가치를 순간순간 결정하며 살아야 할 터인데, 부모가 제대로 가르쳐 줘야 하지 않겠어요. 경제 교육은 아이에게 올바른 세상을 열어주기 위한 수단이 되겠지요.

아저씨: 옛날하고 참 다르죠? 돈을 버는 것보다는 근면과 성실이 최대의 가치 아니었어요? 게다가 우리는 새마을 운동 세대잖아요. 과연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요?

아줌마 1: 환경과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자본주의가 꽃핀 시대인데 거기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돈과 경제 개념이 굉장히 중요한 키가 된 거죠. 돈을 얻는 건 자유를 얻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그 돈의 메커니즘을 모르고는 이 세상을 바르게 살기 어려워진 것이죠.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경제 관념을 바르게 가르치고 싶어요.

아줌마 2: 앞으로의 세상을 우리가 배워온 대로의 가치만으로는 살게 할 수 없지요. 우리의 가치관을 대부분 버려야 할 지도 모르죠. 우리의 성장기에는 굉장히 많은 억압과 고민이 있었어요. 학교 성적 올리기 위해 얼마나 괴로웠습니까? 딸 아이 만큼은 원치 않는다면 공부도 강요하지 않을 거예요. 그저 아이가 가는 길을 효과적으로 열어주는 정도만 도와주고 싶어요. 이런 책들을 통해서 아이에게 가르쳐 주어야 할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야 할 겁니다.

아저씨: 이 책에서는 아이를 부자로 키우기 위해 가장 먼저 키워줘야 할 것이 창조력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성적이 떨어지는 걸 알면서도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에 매달리는 걸 그냥 내버려 둘 부모가 있을까요?

아줌마 1: 그거야 부모의 철학 문제죠. 만일 이 사회에서 대기업 사원 정도라도 하면서 굶지 않게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라면 그걸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되겠지요. 그러나 정말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삶에 훨씬 더 높은 가치를 두겠다면 놔둘 수도 있겠지요.

아줌마 2: 그냥 내버려 두는 것과 아이의 생활을 컨트롤 해주는 것은 다른 문제예요. 아이 자율적으로 스스로를 통제하기 어려운 것은 부모가 통제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부모의 역할 아닌가요?

아줌마 1: 우리나라에서의 학벌은 거의 보험같은 역할을 하지요. 좋은 학벌을 가지면, 최소한 대기업에 들어가 생존을 위한 악전 고투로부터는 벗어날 수 있잖아요. 대기업 사원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 지를 모두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최소한 그 정도는 하고 싶은 거죠. 그래서 자꾸 아이들을 닦달해서 공부 시키는 거잖아요.

아줌마 2: 초등학교 정도까지는 그래도 부모 마음대로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중학교 이후에 대해서는 자신이 안 생겨요. 이 땅에서 아이를 교육시킨다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생각하기 어렵거든요.

아저씨: 홈스쿨링 등 새로운 방법도 있잖아요?
아줌마 2: 좋은 방법이지만, 뜻맞는 커뮤니티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게 어렵겠지요.

■ 이 땅에서는 키우고 싶지 않아

아저씨: 그래서 <한국 엄마들이 미쳤다구요?>(전옥경 지음, 베스트셀러 펴냄)라는 책도 나오는 모양이죠? 조기유학 지침서라고 해서 나왔는데…….

아줌마 1: 조기유학 보내는 아이와 부모가 고달프지 않으려면 상당한 경제력이 필요해요. 없는 살림에 보내면 아이도 부모도 힘들어요. 보통 사람의 경제력으로는 힘들다고 봐요. 고등학교 3년 마치는 데 거의 1억 정도 든다는 계산이 나오더라구요. 그 뒤 미국의 명문 사립대에 들어가면 더 들어요. 게다가 사춘기 등의 성장기에 아이를 가족이라는 공동체로부터 떨어뜨려 놓는다는 게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워요.

아저씨: 경제력이 가장 큰 문제군요.
아줌마 1: 편법을 쓰면 돈을 줄일 수도 있기는 해요. 공립학교에 보내기 어렵기 때문에 부모가 미국의 값싼 학교에 유학생으로 등록한 뒤, 아이에게 비자가 나오면 공립학교에 보내는 거죠. 그게 훨씬 절약된다는 거죠. 돈을 적게 들이고 유학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아요.

아저씨: 이 책에서는 데이스쿨도 이야기하는데.
아줌마 1: 데이스쿨도 문제가 많아요.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는 걸 데이스쿨이라 하는데, 그러면 아이는 하교 뒤에 어디서 살겠어요? 친척 집에 머무르는 것도 문제예요. 가뜩이나 영어가 딸리는 아이가 수업만 듣고 한국인 친인척들과 어울리면 영어가 늘겠어요?

아저씨: 아이들이 크는 앞으로는 글로벌 비즈니스 시대가 될 터인데, 그 시대에 적응하려면 유학도 필요할 텐데.
아줌마 1: 조기유학에 대한 생각은 우리나라같은 답답한 교육환경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과, 미국에서 일정 과정의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면 이곳에서 부가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데에서 오는 거지요.

■ 아이의 기쁨을 위하여

아저씨: 이 책에는 "빚을 내더라도 이 땅에서는 키우고 싶지 않다"는 장도 있더군요. 정말 이 땅에서 우리 아이들을 기쁘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데, <기쁨을 아는 아이가 행복하다>(린다, 리처드 에어 함께 지음, 김원숙 옮김, 한울림 펴냄)라는 책도 나왔어요. 정말 아이를 기쁘게 키우자는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하고 있어요.

아줌마 2: 아이들은 어떤 규율을 통해서 기쁨을 느끼는 게 아니에요. 그냥 자연스럽게 스스로 기쁨을 깨닫게 될 것이고, 또 부모들이 기쁘게 생활하는 걸 보면서 배워나가는 것 아닌가요?

아저씨: 저는 부모가 자신의 기쁨을 희생해서 아이의 기쁨에 무조건 참여하는 건 안 좋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기쁨을 아이가 함께 기뻐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책도 그런 취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각 주제별로 어른이 기쁨을 느끼는 형태와 아이가 기쁨을 느끼는 형태를 이야기하고, 구체적인 방법과 가족활동, 관련된 이야기등을 풀어가고 있어요.

아줌마 2: 맞아요. 특히 엄마들이 하루 종일 아이 돌보기만 하다 보면 정말 스트레스를 받게 되거든요. 그래서 엄마들이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려면 우리나라의 탁아제도도 보다 고급 수준으로 향상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아저씨: 정말 아이를 바르게 키운다는 건 내가 바르게 사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에요. 특효약이 없는 감기처럼 아이키우기도 특별한 방법이 있을 수 없다 보니, 아이 키우기를 주제로 한 책들이 그렇게 쏟아져 나오는 건지 모르겠어요.

아줌마 1: 아이를 이리저리 키워라 하는 책들에 큰 신뢰는 못하겠어요. 그런 책보다는 그냥 자기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서 아이와 관계되는 이야기를 하는 편안한 책이라면 그냥 읽어보곤 해요. 그리고 흐름에 맞춘 책보다는 오랫동안 변치 않을 감동이 있으면서도 교육적 효과글 가지는 치밀한 책이 나왔으면 해요.

아줌마 2: 부모들이 선택해야 할 몫이겠죠. 이런 책들이 제시하는 방법들이 모두 옳다고 할 수도 없고, 또 실제적인 도움도 그리 크지는 않을 거예요. 부모들 스스로의 건강한 고민을 바탕으로 아이에게 꼭 맞는 교육법을 만들어내야 하겠지요.

아저씨: 가장 좋은 교육은 부모와 자식의 느낌이 소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상황에서도 부모와 아이가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 교육의 출발점 아닌가 하는 거죠. 그 느낌이라는 것은 모두에게 다 다른 것이면서도 어떻게 보면 공통적인 부분이 많지요. 그래서 이런 책들에 모두 공감은 못하지만 그래도 늘 적지 않은 교훈을 얻게 되는 것 아니겠어요? 아이 돌보기에 바쁜 아줌마들, 시간 내서 좋은 이야기 해 주셔서 고마웠어요.

구성: 고규홍 Books 편집장 (gohkh@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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