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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기업, 31.9% 올 하반기 인력 더 늘린다!

중앙일보

입력

벤처 조정기에도 닷컴기업은 인력 감축은 커녕 우수인재 발굴에 혈안이 돼 있다. 벤처기업에게 사람은 생산수단의 전부이고, 사람의 머리에서 산출되는 다양한 콘텐츠와 창조적 아이디어 등을 그 어떤 요소로도 대체 생산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거기 누구 없소?

올 상반기 미국 나스닥 폭락을 기점으로 불거진 닷컴 위기론은 10월 대란설 등 이른바 ‘벤처 괴담’을 양산하며 현재까지 수그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신문·방송은 물론 지하철 한 칸 전부를 기세 좋게 도배하던 닷컴 기업의 광고 물량공세는 이제 ‘왕년’이 돼버린 지 오래다. IMF를 통해 이미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해져 버린 ‘구조조정’이란 카드를 마침내 닷컴이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그 양상은 당시 굴뚝기업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광고·마케팅 비용 삭감, 그 이후 수순으로 누구나 떠올리던 ‘인원 동결 및 감축’이라는 구조조정 공식이 닷컴기업에게는 변형 적용되고 있다.

지난 8월 10일 채용정보 포털 사이트 잡코리아(http://www.jobkorea.co.kr)는 한 가지 재미있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업체는 야후, 라이코스, 한미르 등 국내 1백13개 주요 닷컴을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계획을 조사한 것. 잡코리아는 똑같은 조사를 닷컴 위기론이 시장에 표면화 되기 전인 지난 5월 실시한 바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업체의 65.5%가 지난 5월 조사 때보다 채용 규모를 늘리거나 이전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응답업체의 31.9%는 지난 5월 조사 때보다 고용 규모를 늘릴 작정이고, 33.6%는 당시의 예정대로 채용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1백13개 조사대상 업체 가운데 현재 고용 수준에서 인원 감축을 하겠다고 응답한 업체는 하나도 없었으며, 작년 말과 비교해 고용 인력이 줄어든 업체 역시 4개사에 불과했다.

의외다. 기존 아날로그적 경제관점에서 볼 때 납득이 가지 않는 결과다. 이 조사를 주관했던 잡코리아 김화수 사장도 “조사 착수 전 닷컴의 IT인력 수요가 5월 조사 때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예단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인터넷기업들은 위기론 속에서도 신규 인력 발굴작업에 한창이다. 벤처·IT인력 전문 헤드 헌팅 업체인 유니코서치의 유순신 사장은 ‘사람 좀 구해달라’는 의뢰업체 성화(?) 속에 올 여름을 정신없이 보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들 합니다. 지금 많은 닷컴들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듯하더군요. 그 준비의 핵심을 인재 발굴과 육성에 두고 신규 인력 확보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적 닷컴 야후! 코리아는 지난 상반기 45명을 신규 채용한데 이어, 올 하반기에는 20명 가량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이 회사 황성현 인사과장은 “최근 닷컴 분위기를 감안, 최대한 보수적 인사운영을 계획하고 있지만, 영업 마케터나 코딩 프로그래머 등 필요 인력 확보에는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황과장은 “지원 자체가 많이 줄어들고 있지만, 기존 중소 닷컴에서 근무하던 경력자들의 지원이 점차 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9월 한국지사 설립을 목전에 두고 있는 XML/EDI 솔루션 개발 전문업체인 미국 XML솔루션스의 토마스 리 한국 지사장은 요즘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사람 구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개발 엔지니어 2∼3명을 포함 6명의 인원으로 한국지사를 설립하려고 하나, 마땅한 인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XML/EDI 등 B2B 솔루션 개발 경력 3년차 기준 연봉 3만5천달러를 내부적으로 책정해 놓고 있으나 어학능력까지 갖춘 인재는 흔치 않은 상황”이라고 그는 말했다.

닷컴 시장에 부는 인력 재편 바람

현재 대부분의 닷컴은 ‘옥석 가리기식’ 벤처 조정기에도 불구하고 인력 감축은커녕 우수 인재 발굴에 혈안이 돼 있다.

기존 경제학 교과서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면 이는 분명 그릇된 조정안이다. 오프라인 굴뚝기업의 경우 인사·노무비 외 토지나 자본 등 생산에 투입되는 요소들이 다양했다. 따라서 인력은 물론 기타 여러 가지 제 경비의 감축이 곧 기업 구조조정의 주종을 이뤄왔다.

하지만 닷컴을 비롯한 벤처기업의 경우는 다르다. 이들에게 있어 사람은 생산수단의 전부다. 일반 굴뚝기업의 경우 인력 감축 후 공장 자동화 등에 의해 생산요소의 대체가 곧바로 이뤄진다. 반면 인터넷기업의 경우 사람의 머리에서 산출되는 다양한 콘텐츠와 창조적 아이디어 등은 그 어떤 요소로도 대체 생산해낼 수 없다.

관련 전문가들은 최근의 닷컴 채용시장 변화 양상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로 닷컴 대 닷컴간, 벤처 대 벤처간 인력의 수평 이동이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닷컴간 인력의 ‘빈익빈 부익부’는 심화되나, 전체 시장의 채용 활성화에는 도움이 될 전망이다.

벤처 조정기를 거쳐 살아남은 우량 닷컴들은 사세 확장 차원에서 중소 벤처 및 닷컴의 우수 인재들을 이미 확보된 자본과 네트워크를 동원, 최대한 끌어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비교적 ‘열성(劣性)’으로 평가된 닷컴 역시 결원 보충을 위해 어떤 형태로든 인력 신규 수요를 창출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해 경력 2년차인 한 웹 디자이너는 “가능성이나 비전만 보고 주린 배 움겨 쥐며 일하던 시절은 지났다”며 “이제는 객관적인 경쟁력이나 안정성을 고려해 직장을 선택할 때”라고 말했다.

둘째로 벤처기업 채용시 으레 따라붙던 ‘학력·경력 불문’이라는 조항은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닷컴 설립 초기 대다수 인터넷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쇼핑몰 등 국내용 B2C였다. 하지만 올들어 수익성 제고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B2B 기반 닷컴들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들 업체는 신규 인력 채용시 학력·어학능력·오프라인 경력 등을 꼼꼼히 따지는 경향이 짙다.

인터넷무역 전문 글로벌 B2B 업체인 코리안소스 심은섭 사장은 “영어 등 8개 국어로 된 인터페이스 처리를 위해 해당 어학 능통자를 선호하는 편”이라며 “무역업무에 밝은 종합상사 출신 인력 영입은 물론, 국내 명문대 재학생을 인턴사원 형식으로 미리 채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심사장은 최근 글로벌 마케팅 강화를 위해 2명의 일본인을 정직원으로 채용한 바 있다.

B2B e마켓플레이스의 경우 외국업체와의 제휴작업이 필수이고, 기존 산업에 대한 이해와 관련분야 인사들과의 휴먼 네트워크 구축 등이 중요시되기 때문에 어학 능력이나 학맥, 오프라인 경력 등을 간과할 수 없다.

벤처 리쿠르팅 업계에 따르면 콘텐츠나 관련 서비스 제공이 인터넷 사업모델의 주종을 이뤘던 때에는 무조건 나이 어린 직원을 선호하는 의뢰업체들이 많았다. 주 고객층이 청소년 등이기 때문에 그들과 생각을 같이 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 헤드헌터는 “요즘에는 B2B 업체들로부터 ‘나이가 많아도 좋으니 오프라인 경력이 화려한 사람을 구해달라’는 의뢰가 최근 많이 들어온다”며 변화된 닷컴 인력시장 모습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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