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적자금 소요 30조원중 12조원만 확보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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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앞으로 연말까지 30조원 안팎의 공적자금이 필요하지만 확보가능 자금은 12조원에 불과해 대부분의 공적자금 투입시기를 내년 이후로 미룰 예정이다.

이는 이번 가을 정기국회를 통해 20조∼30조원의 공적자금을 추가로 조성하더라도 야당의 공적자금 조사특위 발족 요구 등으로 인해 아무리 빨라도 연말에 이르러야 추가조성이 가능하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예금공사는 시중은행 차입 등을 통해 제일은행 풋백옵션 등 필수적인 자금수요만 해결하기로 했다.

31일 재정경제부,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등에 따르면 올해 추가로 들어가야 하는 공적자금은 줄잡아 30조원에 이른다.

소요액은 ▲제일은행 풋백옵션 3조5천억원 ▲서울보증 출자 2조원 ▲대우담보 CP매입 3조2천억원 ▲대우해외채권 매입 2조원 ▲부실채권정리기금채권 만기상환 4조원 ▲한빛.서울.평화은행 등 은행권 부실채권매입, 후순위채 지원 등 4조원 ▲대우연계콜 처리 6천억원 ▲예금공사의 금융기관 차입금 4조원, 미지급금 3조원 ▲수협증자 1조원 ▲한스.한국.중앙종금 증자 및 유동성 지원 1조원 ▲신용금고.신협 예금대지급(미정) 등이다.

지난 5월에 발표한 올해 공적자금 소요액 20조원중에는 일부가 이미 집행됐다.

즉 ▲나라종금 예금대지급 1조7천억원과 한투.대투 출자 4조9천억원은 이미 마무리됐고 ▲서울보증 출자 2조7천억원중 7천억원이 지원됐으며 ▲제일은행 풋백옵션4조∼5조원중 3조5천억원은 9월중에 투입되며 ▲제2금융권 예금대지급 등 5조∼6조원중 일부가 지급됐다.

◆올해말까지 확보가능 자금 12조원

그러나 올해말까지 확보가능 자금은 자산공사 9조여원, 예금공사는 3조여원 등12조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자산관리공사는 보유자금 6조4천억원과 연말까지의 부실채권 추가매각 자금 3조1천억원 등 모두 9조5천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대우 담보CP와 대우해외채권 매입, 정리기금채권 만기상환 등에 투입하면 남는게 없다.

예금공사는 한전주식 담보 교환사채(EB) 1조2천억원 발행과 함께 보유중인 각종자산매각 등으로 현금을 동원하더라도 3조원을 추가로 만들어내기가 힘겨운 상황이다. 현재 2조원 정도를 갖고 있으나 이중 1조6천억원은 비상자금이어서 쓸 수 없다.

한마디로 자금이 바닥난 상태다.

따라서 예금공사는 시중은행으로부터 6개월 만기로 2조원 가량을 차입, 당장 급한 제일은행 풋백옵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현재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시중은행은 연 8.2∼8.5%의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 시중자금을 휩쓸어가고 있는 우량은행들도 예금공사에 돈을 빌려줬다가 묶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예금공사 관계자는 "주가하락 등으로 인해 공사가 보유중인 주식을 매각하기 어렵고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도 여의치 않아 추가공적자금 조성외에는 달리 기댈만한 구석이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공적자금 수요 내년이후로

나머지 공적자금 수요는 올해안에 해결하기 어렵다는게 재경부나 예금공사 등의 생각이다.

국회동의를 거쳐 신속히 공적자금을 추가조성하면 문제는 일거에 해결되지만 국회심의 과정에서 야당이 쉽게 동의해줄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빨라도 연말이전에 동의를 받아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공적자금 문제는 지난 4.13총선에서 드러났듯이 야당이 정부를 공격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호재다. 따라서 야당은 공적자금 조사특위 발족을 통한 책임자 색출 등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공적자금 조성에 대한 동의를 최대한 늦추고 대대적인 공세를 펼칠 전망이다.

예금공사 관계자는 "제일은행 풋백옵션이나 금융기관 도산에 따른 예금대지급등 시급하고 반드시 필요한 분야에만 공적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라면서 "그러나 이마저 자금이 없어 시중은행 등으로부터 차입할 수밖에 없는데, 금리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도 "제일은행 풋백옵션과 이미 확정된 자산공사 자금수요를 제외한 나머지는 내년 이후로 연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금융파업당시 정부가 약속했던 예금공사 미지급금.차입금 7조원 등은 금리를 소폭 올려주는 조건으로 지급시기를 내년 이후로 연기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은행들이 9월에 경영정상화 계획을 제출하고 10월에 평가결과가 나오면 승인된 자구계획에 따라 신속히 부실채권매입 등의 조치를 해야 시장혼란을 막을 수 있는데, 이 또한 적지않은 공적자금 부담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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