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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왕따 안 당하려고 욕을 하더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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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청운중 문수미 교사가 11일 학생들이 만든 언어 개선 표어를 들고 올바른 언어 사용을 강조하고 있다. [청주=신진호 기자]

11일 오전 충북 청주시 청운중학교(교장 최재상) 2층 복도. ‘욕을 하면 입이 아파, 욕 들으면 마음 아파’ ‘생각 없이 뱉은 욕에 친구 마음 망가진다’ ‘무심코 한 욕 한마디 주먹보다 깊은 상처’ 등의 표어가 적힌 패널이 기둥 곳곳에 붙어 있다. 청운중이 지난해 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 언어개선 표어 짓기 대회 수상작이다.

 청운중은 지난해 9월 언어개선사업인 ‘청운청언(淸雲淸言)’을 시작했다. 학생들이 올바르고 예쁜 말을 사용하도록 해 언어·행동 폭력을 추방하고 건강한 인격을 형성하게 하자는 취지였다. 청운청언은 학교 이름과 맑은 말이라는 한자에서 따왔다. 언어개선 일을 맡은 문수미(33·여) 국어교사는 “가해학생은 물론 피해학생의 정신까지 황폐하게 만드는 언어폭력은 신체폭력보다 더 심각하고 상처가 크다”고 말했다.

 교직에 몸담은 지 11년째인 문 교사는 4년 전부터 청운중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청운중은 전교생 914명 가운데 한 부모 가정과 저소득층 학생이 180여 명에 이른다. 가정환경 때문에 학업의욕을 상실한 학생이 있고, 거친 말을 사용하는 아이도 많았다. 문 교사는 “학교에 처음 왔을 때 학생들이 의사소통의 반 이상을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했다”며 “욕을 하지 않으면 ‘왕따’를 당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운청언 운동에는 문 교사 외에 8명의 국어교사(강사 2명 포함)가 참여했다. 이들은 먼저 지난해 9월 초 언어생활 반성수첩을 직접 제작해 전교생에게 배포했다. 자신이 얼마나 욕설과 비속어를 쓰는지 매일 평가하고 반성하자는 취지였다. 학생·학급별로 수첩작성을 확인하고 우수 학생과 학급에는 문화상품권 등 선물을 주고 표창도 했다. 이어 매달 11일을 ‘세움의 날’로 정해 사제간은 물론 친구 사이에서도 높임말을 쓰도록 했다. 세움의 날에는 ‘행복한 학교’라는 배지를 제작해 41명의 교사와 학생 모두가 달도록 했다. 한글날에는 비속어를 쓰지 않는 엽서 쓰기 대회도 열었다.

 언어개선사업은 도입 한 달 만에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동아리별로 실시한 언어개선 표어 짓기 대회에서는 욕설과 은어의 폐해를 고발하는 글들이 발표됐다.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사랑한다’ ‘오랫동안 함께하자’는 카드를 보내는 학생들도 나타났다. 친구 2명과 ‘언어의 꽃 고운말’ 사용자제작콘텐트(UCC)동영상을 제작한 황미현(15)군은 “청운청언을 시작한 뒤로 욕설과 은어 사용이 줄어들고 다투는 일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문 교사는 “올바른 언어만 사용해도 학교폭력을 줄일 수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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