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인문학 … 피아노도 사람 위해 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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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손열음은 “평소 리듬감이 부족했었는데 모든 손가락을 균일하게 치는 연습을 하며 이를 극복해왔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피아니스트 손열음(26)은 솔직하고 담백했다. 음악부터 세계관까지 계통 없이 이어진 질문 공세에도 곧바로 답했다. 미국 시각으로 이번 달 25일 텍사스 달라스에서 열리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 50주년 기념 연주회 참석차 출국하는 손씨를 6일 만났다.

 그는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종이 악보 대신 아이패드(IPAD)를 무대에 들고 나와 리스트가 편곡한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을 연주했었다.

▶<본지 1월 3일자 30면>

 20분 넘게 이어진 연주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왼손으로 아이패드 악보를 직접 넘기는 ‘새로운 음악 실험’를 선보였다.

손열음의 손. 평균적 피아니스트보다 손가락이
훨씬 더 많이 벌어진다. 손씨는 이날 “옆에 (사람이 앉아 있으면) 그 기운이 느껴져서 페이지 터너(Page Turner)와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무대에 올리려고) 힘들게 연습했다”며 “연주하면서 왼손이 건반 위에서 움직이지 않을 때 재빨리 악보를 넘겨야 해서 동선도 미리 짜고 구상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아이패드에는 주로 뭐가 담겨 있나.

 “악보하고 뉴요커, 코스모폴리탄 등 잡지가 들어 있다. 윤동주 시집하고 채만식 단편은 시간이 나면 가끔 본다.”

 그는 연습보다 곡을 구상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연말부터 일주일 동안은 피아노를 치지 않았다는 고백(?)도 했다. 손씨는 “구상하는 시간이 (피아노 치는 시간과 비교해서) 6대 4 정도로 많다. 악보를 보면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곡 구상은 어떻게 하나.

 “음악을 듣고 제가 치는 것을 찍은 비디오를 보면서 할 때도 있지만 피아노 앞에서 구상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손씨는 어려서부터 생각이 많고 독립심이 강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열린 피아노 콩쿠르에도 줄곧 혼자서 참석했다. 호텔에서 혼자서 잠을 자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손열음’표 음악은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러시아에서 열린 주니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 엄마 없이 혼자서 비행기를 타고 갔어요. 물론 도와 주시는 분은 있었지만요.” 그는 이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2위에 올라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손씨는 “크고 나선 ‘무슨 생각으로 (엄마가) 나를 혼자서 보냈지’라는 생각도 했다”라며 웃었다. 5~6살 때부터 음악을 시작하는 대부분의 음악 신동들에게 엄마란 세상에서 가장 각별한 존재다.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키신은 40살이 넘었지만 모든 연주회 일정을 어머니와 함께 소화한다.

 -독립심이 강한 것 같다.

 “어머니는 나름의 선이 있다. 내가 해외에 나가있는 동안에도 일주일 동안 연락을 한 번도 안 하실 때도 있다. 한 번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길에 전화를 했더니 독일 가는 길이냐고 묻기도 하셨다. (나는) 주변 영향을 안 받는 성격이다.”

 손씨의 피아노 연주에선 농익은 리듬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는 “리듬감이 자신의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고 털어놓았다. “음악은 타고난 소질이 많이 좌우하지만 (나는) 리듬감을 익히는 과정이 힘들었다”며 “스스로 노력해서 많이 고친 부분이기도 하다. 화장을 할 때도 얼굴에 열 손가락을 대고 두드리면서 리듬감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손씨는 인터뷰 중에도 꾸준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음악은 다른 한 갈래의 인문학입니다. 사람을 위해 하는 것이고 사람에게서 나와 감정을 움직인다는 면에서 더 그렇죠. 결국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것이라 사람에 대해서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손씨는 올해 베토벤의 다이벨리 변주곡에 도전할 생각이다. 5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더 필즈와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1번을 연주한다. 같은 달 24일에는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드뷔시를 들려줄 예정이다.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피아노연주가

198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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