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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미 타임스스퀘어 광고판 점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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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012년 투 타임스스퀘어에 입주한 광고판(左), 투 타임스스퀘어의 1995년 모습.(右)

‘드디어 중국 기업이 입성했다’.

지난해 8월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현지언론은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타임스스퀘어 광고판 입성을 비중 있게 다뤘다. 타임스스퀘어 북쪽 한복판 투 타임스스퀘어(Two Times Square) 건물 HSBC은행 자리에 신화통신이 들어선 것이다. 신화통신은 아예 퀸스에 있던 미주본사를 맨해튼으로 옮기며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국 언론이 타임스스퀘어 옥외광고판 판도에 예민했던 건 이곳이 글로벌기업의 부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전쟁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타임스스퀘어에서 광고료가 가장 비싼 노른자위는 브로드웨이와 7번 애비뉴가 교차하는 남쪽 원 타임스스퀘어(One Times Square) 건물이다. 타임스스퀘어를 남북으로 가르는 7번 애비뉴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일방통행이다 보니 직진하는 차량이 정면으로 보게 되기 때문이다. 월 임대료가 30만~40만 달러에 달한다. 중도 해약은 불가능한데 딱 한 가지 예외가 파산했을 때다. 그런데 정작 이 건물엔 3층까지만 입주자가 있고 나머지는 텅 비어 있다. 광고판이 외벽을 뒤덮다 보니 창문을 낼 수 없어서다.

 1980년대 이 건물엔 소니·미놀타·후지·JVC·니신푸드와 같은 일본 기업이 미국 기업을 밀어내고 잇따라 진출했다. 그러나 이후 제자리를 지켜낸 건 소니 한 곳뿐이다. 2008년 이후엔 자리 바뀜이 더 잦았다. 일본 라면회사를 몰아낸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가 장기 집권하는가 싶었으나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고 물러난 뒤 기아차가 4개월 동안 임시로 세를 들었다. 그러나 이내 미국 던킨 도너츠가 치고 들어왔다. 던킨 도너츠는 미국 경기 침체에도 아랑곳없이 사업을 확장해 마침내 타임스스퀘어에 데뷔했다.

 미국 지상파 방송 NBC 자리는 폭스뉴스·월스트리트저널(WSJ)을 거느린 뉴스코프가 차지했다. 그 아래엔 야후가 둥지를 틀었으나 구글·페이스북에 밀리면서 자취를 감추고 대신 도요타가 입주했다. 도요타와 렉서스는 2010년 리콜 사태 후 광고전선에서 슬그머니 발을 뺐다가 지난해 다시 타임스스퀘어에 등장했다.

 맞은편 투 타임스스퀘어 건물에도 변화가 많았다. GM 폰티액이 있던 자리엔 2009년 현대자동차가 들어섰다. 각각 91년과 92년 진출한 LG와 삼성은 20년 동안 한자리를 지켰다. 지난해에는 한국타이어가 가세해 한국 기업은 네 곳으로 늘었다. 그나마 미국 기업으론 80년째 건재한 코카콜라가 체면을 유지했다. 미국 보험회사 푸르덴셜도 투 타임스스퀘어 건물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굳혔다.

 광고판도 진화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광고판의 대부분은 네온사인이었다. 원과 투 타임스스퀘어 건물을 소유한 부동산회사 셔우드의 브라이언 터너(Bryan Turner) 대표는 “지금은 옥외광고판의 95%가 LED로 대체됐다”며 “조명효과는 네온사인보다 다소 약하지만 광고내용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고, 심지어 외국에서 벌어지는 행사를 위성으로 생중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문을 연 교포기업 포에버21은 관광객의 모습을 전광판에 비춰주는 쌍방향 광고판을 선보여 타임스스퀘어의 명물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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