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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1, 내신 상대평가서 절대평가로 바뀌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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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내신이 절대평가로 바뀔 계획이다. 한 중학생이 내신 시험을 치르고 있다. [중앙포토]

‘너의 성공은 곧 나의 실패’라는 비교경쟁이 누그러질 전망이다. 봉사활동·진로계발 등 비교과 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토론·과제수행 등 협력수업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대학입시와 관련해 특목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일반고의 학력 하향평준화가 우려된다. 절대평가 방식인 성취평가제가 실시될 경우 학교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모습이다.

중학교와 전문교과에는 올해 1학년부터, 보통교과(마이스터고, 특성화고 포함)엔 2014년 신입생부터 ‘성취평가제’를 도입한다고 교육과학기술부는 발표했다. 현행 석차 9등급제인 상대평가제를, 교과목별 성취율과 평가기준에 따르는 절대평가제로 바꾼다는 내용이다. 성적 표기를 수·우·미·양·가에서 ‘A·B·C·D·E·(F)’로, 석차/수강자 수를 ‘원점수/과목평균(표준편차)’로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누가 더 잘했느냐가 아니라 교육과정 목표에 도달했느냐가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에 은광여고 조효완 교사는 “수업 내용을 정리한 노트도 친구들끼리 보여주지 않는 등 나만 잘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태도와 내신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위권 학생들의 학업 부담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기준에 미달되면 재이수제에 따라 해당 교과목을 다시 수강해야 하는데, 하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모든 교과에서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배화여중 신호현 교사는 학사운영과 진학상담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신 교사는 “기준 미달 학생을 위해 학교가 학기 중이나 방학 때 해당 교과를 다시 개설해야 해 학사운영의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상급학교 입시 준비에 필요한 개인의 성적 위치 파악이 정확하지 않아 진학상담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취평가제는 대학 진학을 의식한 중학생들의 특목고에 대한 선호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목고 학생들의 내신 불이익이 줄기 때문이다. 특목고도 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상위권을 위한 심화과목 운영에 여력을 쏟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문일고 김혜남 교사는 “내신이라도 챙기라며 일반고 진학을 권하던 것도 못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취평가제가 시행되면 학생 스스로 능동적으로 주도하는 학업능력이 더욱 요구된다. 수업 문화가 바뀌기 때문이다. 지금 교육계엔 입학사정관전형(고교 입시는 자기주도적학습전형), 특기적성·진로계발 교육, 교과선택 교육과정 등이 확대되는 추세다.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시행도 예고돼 있다.

이는 토론식·프로젝트식 협력수업을 강조하게 된다. 성취·평가기준만 충족하면 되므로 남는 학업 여력을 비중을 커진 창의적 체험활동(자율·동아리·봉사·진로 활동)에 더 쏟을 수 있다. 기존 상대평가제에선 다른 학생들과 끝없이 점수우위 비교경쟁을 해야 했지만, 절대평가제에선 제시된 목표만 성취하면 여력을 다른 활동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효문고 강윤정 교사는 “성취평가제에선 혼자 교과내용을 암기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학교수업에 집중해야 학업성취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학생 스스로 학업계획과 학습전략을 세워 실행하고 예습·복습을 실천하는 태도를 더욱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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