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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View 파워스타일] 호텔 리츠칼튼 서울 맹무섭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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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면

호텔 리츠칼튼 서울 맹무섭(65) 사장은 업계에서 ‘김구 선생’으로 통한다. 늘 쓰고 다니는 작고 동그란 안경 때문이다. 동년배 남자들 사이에선 흔치 않은 스타일. 10년 전 의상을 전공한 아내가 추천한 뒤로 그만의 스타일 아이콘이 됐다. 지금껏 올리버 피플스(일본), 폴스미스, 실루엣(오스트리아) 등 해외 브랜드 제품을 10개쯤 모았는데, 디자인이 어느 하나 평범한 게 없다. 갈색의 뿔테라거나, 카키색과 갈색이 오묘하게 섞여 있다거나, 테 자체에 부분 부분 굴곡을 줘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①

 맹 사장은 안경만큼 행커치프(양복 왼쪽 주머니에 꽂는 작은 수건)로도 멋을 낸다. 특별한 날, 특별한 손님을 맞을 때 빼놓지 않는다. 벌써 20여 개나 장만했다. “안경이든 행커치프든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좋은 소품이에요. ‘센스 있는 사람’이라는 호감을 주면서 가벼운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죠. 외국 손님들은 ‘안경 어디서 샀느냐’며 운을 뗄 때가 많아요.”

슈트나 시계 역시 남다르다. 제냐 슈트는 짙은 갈색과 먹색을 섞은 듯한 컬러에 얇은 줄무늬가 들어갔고, 에르메스의 가죽 스트랩 시계는 가장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신사의 정석’을 지켰다. 럭셔리 브랜드를 선호하는 듯싶은데 ‘해명’이 이어졌다. “1973년 신라호텔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부사장까지 지냈죠. 86년엔 면세점을 오픈하면서 국내 패션 명품들은 가장 먼저 접했어요. 시장조사도 다니고, 하도 제품을 많이 보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어느 브랜드 타이를 맸구나’ 하고 알 정도였죠. 또래보다 안목이 좀 생겼어요.” 물건을 살 때 비싸더라도 오래 쓸 것을 찾는 습관은 그때 생겼다. 10년째 쓰고 있는 에르메스 다이어리 ②도 그중 하나. 매년 속지만 바꿔 중요한 일상을 기록한다.

최근엔 다이어리만큼 오래 간직하고 싶은 게 또 생겼다. 바로 자신을 그린 캐리커처③다. 재작년 생일날 식음료 부문 간부들이 선물로 줬단다. 그림 뒷장에는 다양한 축하 메시지가 적혀 있다. 재밌는 점은 캐리커처 속 맹 사장이 수퍼맨 옷을 입고 있다는 것. “2006년 취임 당시 호텔은 3년 내리 적자였어요. 한마디로 위기였는데 제가 구원투수가 돼야 했죠. 마치 수퍼맨처럼요.” 당시 그는 ‘비상경영 선언’을 했다. 간부들에게 20% 연봉 삭감, 사원들에겐 10% 추가 근무를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낙후된 객실·피트니스센터·중식당을 개보수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늘어나는 의료관광에 발맞춰 호텔 내에 노화방지클리닉을 들였다. 위기 속 베팅은 성공적이었다. 흑자전환은 물론 재작년부터는 성과급까지 지급할 정도로 사정이 나아졌다.

 맹 사장은 호텔 리노베이션을 자랑하면서 CEO의 조건을 덧붙였다. “객실의 커튼·벽·가구 색깔까지 최종 결정은 사장의 몫이에요. 취향이 촌스러우면 바로 실적으로 나타나는 거죠. 다른 경영자들과 달리 호텔의 수장은 감각을 길러야 해요. 전 지금도 여성 패션 잡지를 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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