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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가짜 보도자료 해프닝 교훈

중앙일보

입력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발생한 미 컴퓨터 네트워킹 장비 메이커 에뮬렉스 관련 가짜 보도자료 소동은 온라인 뉴스공급업체,투자자, 기업 모두에게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특히 인터넷 시대에 촌각을 다투는 속보경쟁을 벌이면서 폭주하는 보도자료를 그때 그때 기사화해야 하는 뉴스공급업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업 보도자료의 기사화는 물론 인용에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사건의 전말= 온라인 기업 발표뉴스 공급업체인 인터넷 와이어는 지난 25일 오전 9시30분 소위 에뮬렉스가 보도자료로 내놓았다고 하는 것을 기사화했다. 주요내용은 "지난해 4.4분기 경영실적은 당초 발표했던 주당 25센트 이익이 아니라 15센트 손실로 수정함. 미 증권관리위원회(SEC)가 조사를 진행중임. 폴 폴리노 대표는 사임함" 등이었다.

이 기사는 오전 10시13분 블룸버그 통신이 인용, 보도하면서 크게 확산됐다.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했으며 다우존스 뉴스 서비스, CBS 마켓워치, CNBC 등 중요 금융 뉴스공급업체들이 직.간접적으로 가짜 보도자료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놀란 에뮬렉스는 긴급히 자사가 보도자료를 낸 적이 없다고 공시한 후 나스닥에 통고, 자사 주가의 거래를 중단시켰으며 폴리노 대표는 언론기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도자료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전날 종가가 113과 16분의 1달러였던 에뮬렉스 주가는 이 와중에 43달러까지 떨어졌다가 회사측의 해명으로 장이 끝날 때는 6.47%가 떨어진 105와 16분의15달러에 거래됐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SEC 등은 이 사건이 발생하자 즉각 조사에 착수, 인터넷 와이어, 블룸버그 통신에 소환장을 보내 관련자료의 제출을 요구했다.

인터넷 와이어는 이 소동이 빚어지자 사과기사를 게재하고 FBI와 SEC 등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 각 뉴스공급업체 반응= 가짜 보도자료를 처음 보도한 인터넷 와이어의 마이클 터핀 대표는 "우리는 치밀한 사기극에 희생됐다"고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그는 범인은 인터넷 와이어의 내부 보안절차를 잘 알고 있었으며 일부러 밤시간을 이용, 야간 근무자에게 자신은 에뮬렉스를 위해 일하는 홍보대리인이라며 e-메일을 통해 보도자료를 보내 왔다고 밝혔다.

인터넷 와이어를 인용보도한 블룸버그 통신의 마튜 윙클러 편집국장은 자료를 인용 보도했기 때문에 블룸버그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자료를 확인절차를 거치고 확인이 어려울 경우 확인할 길이 없었다든지 하는 내용을 분명히 넣었어야 정확한 기사가 됐을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CBS 마켓워치의 데이비드 캘러웨이 편집국장은 사건 발생 후 인터넷 와이어 제공 기사의 인용을 일단 중지했다고 말했다. 다우존스도 인터넷 와이어와의 관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이번 해프닝이 준 교훈= 인터넷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크고 작은 금융뉴스 공급업체들이 촌음을 다투는 속보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보도자료에 대한 신중한 확인 작업없이 허위사실이 진짜인 것 처럼 유포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미 루슨트 테크놀로지, 패어게인 등이 허위사실 보도로 피해를 봤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뉴스공급업체들이 폭주하는 보도자료 속에 한건 한건을 사실 확인하는 작업이 어려울 경우 보도자료를 보내는 측의 신상을 분명히 파악해야 하는 신중함이 요청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속보경쟁 속에서도 속보보다 정확성이 우선되는 뉴스공급업체의 보도관행이 정착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EC는 이번 일과 관련된 선의의 투자자 피해에 대해 투자자들은 뉴스 보도를 여러 채널을 통해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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