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정보 법적규제-반대] 온라인 누를 보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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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가 내놓은 법안은 한마디로 문제 투성이다. 위헌적 요소도 많다.

우선 이 법안의 문제는 개인정보의 보호, 도메인 이름의 관리, 음란물을 비롯한 각종 ''불법'' 정보의 규제, 등급표시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책임 등 다양한 분야의 모든 현안을 세계 각국의 여러 법제에 이리저리 꿰어맞춰 편의적으로 엮어 놓은 데 있다.

게다가 분야마다 분쟁조정이란 명목으로 준사법적 기능을 갖춘 각종 위원회를 정통부 산하에 설치하고, 정통부장관에게는 온갖 규제.명령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권력의 집중화'' 는 마치 인터넷 세상에서의 ''유신 헌법'' 의 부활을 보는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

이번 법안은 또 정통부를 ''온라인의 안기부'' 로 격상(□)시키는 일종의 ''온라인 보안법'' 이기도 하다.

흔히 ''멀티미디어법'' 이라 불리는 독일의 ''정보 및 통신서비스법'' (IuKDG)은 인터넷과 관련해 강력한 규제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통부 법안처럼 하나의 법에 온갖 내용이 뒤엉켜 있지도 않고, 일개 부처에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지도 않다.

독일은 지난 1997년 3개의 새로운 법을 제정하고 6개의 관련법을 개정, 이들 법으로 ''멀티미디어법'' 을 구성했을 뿐이다.

가령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이 가운데 하나인 ''텔레서비스법'' (TDG)이 규율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만큼 정통부의 이번 ''종합=잡탕'' 법안은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더구나 미국의 96년 ''통신품위법'' (CDA)이나 98년 ''어린이 온라인보호법'' (COPA)에서 보듯 정통부 법안에 포함된 음란물 규제문제에 관한 위헌시비도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다.

이들 두 법은 97년 6월과 99년 2월에 미 연방법원으로부터 각각 위헌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인터넷을 통해 구축되는 새로운 세상을 국가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고방식에서 우리는 19세기 경찰행정국가의 재래(再來)를 직감한다.

그것의 속성은 정보의 지배, 표현자유의 제약, 사전검열, 통제와 감시, 권력집중, 그리고 자본의 지배력 강화이다.

정부는 민간 자율에 맡겨야 할 영역까지 통제하겠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깨달아야 한다. 국민의 정부 최대의 악법이란 오명이 역사에 남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법안을 철회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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