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 쿠데타설 … 원자로 대폭발설 … ‘28세 김정은’에 휘둘린 한국 증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치와 함께 요즘 주식시장을 ‘접수’한 게 북한이다. 증권가에선 “400억 달러 경제(GDP) 규모의 북한에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150조원)의 남한 증시가 흔들린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내 증시가 루머에 그만큼 약하다는 얘기다.

 루머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유행을 탄다. 요즘 관심은 28세의 북한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다. 권력 이양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북한 내 지지기반이 확실하지 않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장성택 등 후견세력과 군부, 김정남(김정일의 장남) 등이 권력 투쟁에 돌입하면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7일 ‘북한 쿠데타로 김정은이 사망했고, 중국이 북한에 파병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코스피는 10분 새 40포인트 넘게 급락했다. 이달 6일엔 ‘북한 영변 원자로 대폭발설’이 돌았다. 주가는 순식간에 10포인트 넘게 빠졌다.

 둘째, 루머는 심리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센티멘털 장세’에서만 힘을 쓴다. 경기가 좋아지고 기업이익이 늘어나 주가가 오르는 ‘펀더멘털 장세’에서는 힘을 못 쓴다. 약세장일수록 효과가 커진다. 최근 시장은 불확실성 투성이다. 이럴 때 투자자들은 루머에 즉각 반응한다.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을 설명하는 신경경제학에 따르면 ‘주가가 급락하면 ‘공포회로’로 불리는 뇌의 편도체가 이성적 판단을 누른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일단 주식을 던지고 본다. 김정은 사망설이 돌았던 지난해 12월 27일 기관은 2000억원 가까이 사들인 반면 개인들은 2000억원 넘게 팔았다.

 셋째, 루머의 ‘약발’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진다. 그래서 한번 나왔던 루머가 다시 영향을 미치려면 ‘그럴듯해야’ 한다. 지난 6일 돌았던 ‘북한 원자로 대폭발’ 루머가 그렇다. ‘98mSv(밀리시버트) 규모 고농도 방사능’과 같은 상세한 수치를 들었다. 일본 교도(共同)통신 보도라며 일본어로 된 기사까지 붙였다. 곽중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루머로 인한 증시 출렁임은 반복되겠지만 강도는 점차 약해질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 정보는 즉각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 이런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