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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미국 고맙지만 군사훈련 강행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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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세계의 원유 수송 요충지 호르무즈해협 일대에서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 해군이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이란 선원 13명을 구출했다. 미 국무부 존 키르비 대변인은 “걸프해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이란인 어부 13명을 구출했다”고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CNN에 따르면 미 항공모함 존 C 스테니스호와 구축함 키드호를 축으로 한 미 5함대가 5일 이란 어선 알몰라이호의 구조 요청을 받고 구출에 나서 소말리아 해적 15명을 생포하고 이란 선원 13명을 모두 구해냈다. 공교롭게도 이날 구출 작전에 나선 미 함정들은 이란 정부로부터 “호르무즈해협에서 사라지라”는 경고를 받은 뒤 지난해 말 걸프해로 빠져나왔던 터였다. 이란 정부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라민 메흐만파라스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7일 “이란 선원의 목숨을 구한 미군의 행동은 인도주의적이고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인도주의가 상황을 바꿔놓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FNA)은 8일 이번 작전에 대해 “미군의 걸프해 주둔을 정당화하기 위한 ‘할리우드 영화’식 선전전”이라고 비꼬았다. FNA는 또 미 해군이 직접 공개한 관련 영상이 “미리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 배우들이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 같았다”면서 조작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란은 또 서방이 제재에 나선 계기가 됐던 우라늄 농축 작업도 가속화하고 있다. 현지 일간 카이한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중북부 포르도 산악지대 내 지하벙커에 설치된 원심분리기에 우라늄 가스를 주입했다. 이 시설은 지하벙커에 있어 미국 등 외부의 공습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우라늄 가스 주입은 우라늄 농축을 위한 막바지 단계다. 현재 이란이 20% 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핵무기 원료인 90% 농축 우라늄(고농축 우라늄) 획득은 시간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지상군은 미국이 이란 선원을 구출했다고 발표한 6일 “이란 북동쪽 코라산 지역에서 훈련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IRGC 해군 측 역시 조만간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해협에서 ‘위대한 선지자’로 명명된 군사훈련을 할 예정이다. 이란 최고 지도부는 8일 "우리의 원유수출이 막히게 되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기로 했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대미 외교 압박에도 나섰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미국의 압제에 저항하고 반(反)식민지적 시각을 공유하기 위해” 남미를 순방한다고 밝혔다. 8일 베네수엘라를 시작으로 니카라과·쿠바·에콰도르 등 남미 4개국을 차례로 방문한다. 남미 좌파 지도자들에게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뒷마당에서 반미 연합 목소리가 비등할 전망이다.

 미국과 서방 역시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몇 주 내 미군과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열흘 일정의 합동 군사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6일 발표했다. 영국 역시 스텔스 기능을 보유한 최신예 군함 한 척을 걸프해 인근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 토미 비에터 대변인은 7일 이란 선원 구출 작전에 대해 논평하며 “걸프 지역에 있는 미 해군의 역할은 해적 방지를 비롯한 안전보장이며, 이는 이란 정부에도 상호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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