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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형이라 불러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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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박찬호(가운데)가 6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시무식에서 류현진(맨 왼쪽)·김태균과 얘기를 하고 있다. [대전=임현동 기자]

“모두 ‘형’이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다.”

 박찬호(39)가 한화 유니폼을 입고 첫 공식행사에 참석했다. 6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시무식이다. 등번호 ‘61’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들어선 박찬호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 찬 얼굴이었다. 1991년 공주고 3학년 재학 중 당시 빙그레구단 초청으로 대전구장을 찾은 이후 21년 만이다.

 시무식 뒤 가벼운 훈련을 소화한 박찬호는 ‘한화 선수’임을 강조하며 ‘적응’과 ‘소통’을 우선시했다. 박찬호는 “오랜 시간 외국생활을 해 내 몸에 알게 모르게 다른 습관이 배어 있을 것이다. 스스로 느끼는 불편함도 있고, 동료들이 느끼는 불편함도 있을 것이다. 후배들과 많은 부분을 공유해 돕고 지내겠다”고 말했다. 또 “한화는 팀보다 가족이라는 생각이다. 나는 누구와 밥을 많이 먹었는가로 ‘친한 정도’를 판단하곤 한다. 동료들과는 거의 매일 같이 밥을 먹는다”고도 했다.

 -팀 후배들과 친해졌나.

 “후배들이 ‘선배님’이라고만 부른다. 김태균·류현진과 친하지만 그들도 아직 나를 ‘선배님’이라 부른다. 뭔가 거리가 느껴져 싫다. 그래서 모두에게 ‘형이라고 불러’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나를 ‘찹(chop)’이라고 불렀다. 필라델피아 시절 동료 지미 롤린스가 내 이름을 줄여 붙여준 별명이다. 형이 싫으면 좋은 별명을 만들어 불러줘도 좋다. (이)승엽이는 가끔 ‘어이, 찹’이라며 장난치기도 한다.”

 -후배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나름 ‘1박2일’ 출신이다. 유머에 자신 있는데 마음먹고 개그를 하면 아무도 안 웃는다. 오히려 실수하면 많이 웃는다. 실수든 개그든 후배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한다. 고등학교 때까지 나에게 야구는 전쟁이었다. 메이저리그에 가서 ‘Must have fun(즐거워야 한다)’이라는 말을 배웠다. 이기지 않아도 그 안에서 배우는 게 있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한화 선수단을 최선을 다하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 분위기로 만들고 싶다. 홍성흔(롯데) 같은 오버나 개그 본능은 없지만 류현진을 잘 독려해서 같이 분위기를 만들겠다.”

 한국인 첫 메이저리거이자 아시아인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승(124승) 투수인 박찬호는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존재다. 박찬호를 보고 야구를 시작한 선수도 많다. 4번 타자 김태균(30)도 천안북일고 1학년이던 1999년 ‘박찬호야구 장학금’을 받았다. 실제 시무식을 위해 박찬호가 선수단에 합류하자 한화 선수들은 일제히 모자를 벗어 인사를 했다. 박찬호는 당황한 듯 손짓으로 그러지 말라는 표시를 했다. 그래서 박찬호는 스스로를 낮춰 ‘거리감’부터 없애는 것을 최우선으로 꼽은 것이다.

 -국내 타자들의 수준이 높아졌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후배도 있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나 올림픽·아시안게임 등에서 경기하면서 후배들이 세계적인 수준이 됐다는 걸 느꼈다. 후배들이 의욕적으로 덤빌 것 같은데, 그런 긴장감을 즐기겠다. (이)승엽이나 (최)형우 같은 후배들과의 대결이 팬들에게도 재미있는 장면이 되지 않겠나.”

 -10승을 할 수 있을까.

 “10승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 10승이든 1승이든 많은 경기에 나가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 반드시 잘해야 팬들과 후배들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중앙일보와 일간스포츠가 야구인 3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박찬호 10승 투수 가능한가’ 설문조사에서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류중일 삼성 감독, 두산 투수 김선우, 삼성의 최형우 등 24명(77.4%)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박찬호도 “매번 부족함을 지적해주시던 김성근 감독님이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줘 에너지를 얻었다”고 했다.

대전=유선의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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