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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순 학교 서열화 깨뜨리고…상·중위권 학생들 분산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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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고교공동입시창구 폐지로 혼란이 우려됐던 2012학년도 천안 고교입시가 우려와는 달리 실보다 득이 많은 결과를 낳았다. 충남도교육청과 천안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천안 지역 고등학교 서열화 논란과 일부 고등학교의 우수학생 편법 유치, 내신 관리 소홀 등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01년 도입한 고교공동입시창구를 전면 폐지했다.

2001년 도입된 천안 고교공동입시창구가 10년만에 폐지되고 처음으로 치뤄진 2012학년도 고교 입시가 우려와는 달리 고교 서열화를 무너뜨리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 [조영회 기자]

 천안교육지원청은 이에 따라 2012학년도 고입전형을 전기학교(특목고, 특성화고, 자율형사립고, 대안학교), 후기 1차(자율형공립고, 일반계 자율학교 일부), 후기 2차(일반계 자율학교)로 나눠 진행했다. 특히 전기전형이 모두 끝난 후에 후기전형을 시작하도록 하되 후기전형은 1차와 2차로 나눠 진행하고 전기전형에 합격한 학생은 후기전형에 지원할 수 없도록 조치함으로써 원서를 중복해서 접수하지 못하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후기 전형의 경우에는 1차 전형에서 불합격해도 2차 전형에 원서를 접수할 수 있도록 해 학생들이 지역 내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비율을 낮췄다. 이와 함께 대규모 탈락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10일까지 전체 80% 이상의 학생들이 지원을 마무리하도록 하고 남은 기간 동안 탈락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은 다른 학교로 안내했다. 또 신속한 정보제공과 혼란방지를 위해 학교별 접수상황을 실시간으로 홈페이지에 탑재토록 했다.

 이처럼 고교공동입시창구 폐지에 따른 대책을 강구한 결과, 예고·특목고·자사고 등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전기모집에, 내신성적이 상위권인 학생들과 자율형공립고를 선택한 학생들은 후기 1차에 소신 지원했으며 중간 그룹에 속한 학생들은 선호 학교보다는 내신 관리가 용이한 학교를 선택해 특정 학교에 학생들이 쏠리는 현상이 완화됐다.

 실제 전기전형 입학 원서 접수 결과 총 2429명 모집에 2913명이 지원해 484명이 탈락했지만 후기 1차 전형에서는 총 1003명 모집에 1234명이 지원해 231명으로 탈락 학생이 줄었다. 또 후기 2차 마감 현황을 보면 총 4985명 정원에 5032명이 원서를 접수해 탈락 학생은 47명으로 줄었다. 더욱이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천안 지역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8615명이고 고입 정원은 8582명이지만 충남외고나 공주사대부고 등 타 지역으로 이탈하는 학생들을 감안하면 후기 2차에서 탈락한 47명의 학생들까지도 희망여부에 따라 천안 지역 내 고등학교에 전원 입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공동입시창구를 폐지하고 10여 년 만에 진행한 2012학년도 고교입시도 보완해야 할 몇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우선 학부모 선호도가 높은 일부 고등학교의 경우 후기 2차까지 떨어지고 나면 장거리 통학이 불가피한 읍·면 지역으로 학교가 배정된다는 점이 개선점으로 지적됐다. 또 여전히 우수한 중학생을 우선 선발하기 위해 고등학교 교사들이 중학교 교사들에게 우수 학생의 지원을 요구하거나 정원이 채워졌다는 이유로 원서 접수 마지막 날 학생들의 원서 접수를 거부하는 등 고등학교측의 도를 넘은 경쟁 구도 역시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파악됐다.

 천안 고교입시를 담당하고 있는 천안교육지원청 배종남 장학사는 “10년 동안 유지해 온 고교공동입시창구를 폐지하고 처음 실시한 입시라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고교입시를 진행했다”며 “그러나 지난해 학력 성장에서 큰 성과를 거둔 업성고와 목천고의 등장으로 많은 학생들이 소신 지원하게 되면서 대거 탈락이나 일부 학교의 쏠림 현상이 발생하지 않아 고교입시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 장학사는 이어 “이번 고교 입시를 위해 1년 동안 중학교 별로 1회 이상의 학부모 연수를 실시했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10회 이상 희망 학교를 조사해 학생들이 폭넓게 고등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며 “또 중간 그룹 학생들의 경우 천안과 인접한 아산 설화고로 유도한 점도 큰 무리 없이 고교입시를 마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덧붙였다.

 배 장학사는 그러나 “올해 고교 입시가 잘 끝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며 “보다 원활하게 고교 입시를 풀어내기 위해 올해에는 학부모 연수와 중·고등학교 교사간 협조체계를 구축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천안교육지원청은 후기 2차에서 탈락한 47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7일부터 10일까지 추가모집을 진행한다.

최진섭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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