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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한 가스보일러 열효율 표시 … 자동차 연비처럼 소비량으로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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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표시난방 열효율 86%, 에너지 소비효율 2등급.’ 국내 가스보일러에 붙은 효율 표시다. 기름 1L로 몇 ㎞를 가는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자동차 연비 표시와는 사뭇 다르다. A보일러 대신 B보일러를 썼을 때 얼마나 가스비를 아낄 수 있을지 가늠할 길이 없다.

 이렇게 알쏭달쏭한 보일러 효율 표시를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지난해 보일러 업계 최초로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한 경동나비엔의 최재범(59·사진) 대표다. 그는 최근 서울 여의도 경동나비엔 본사에서 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대로 된 효율 표시는 소비자뿐 아니라 업체 스스로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우선 “현재의 ‘86%’ 같은 효율 표시부터 문제가 있다”고 했다. 표시되는 효율은 보일러가 100% 화력을 냈을 때 측정한 수치. 그러나 실제 보일러는 100% 화력을 내는 순간은 별로 없고 대부분 훨씬 작은 출력으로 가동된다는 것이다. 그는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자동차로 치면 가속·감속을 무시하고 80㎞ 정속 주행할 때의 연료 효율만을 표시하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표시 방식을 본받아야 할 사례로 들었다.

 “미국은 북동부의 실제 기후 상황에서 1년간 가동 시험을 한 결과를 바탕으로 효율을 계산한다. 더불어 1년 가스비 예상치까지 표시한다. 이런 게 진짜 소비자친화적 효율 표시다.”

 최 대표는 “경동은 일찌감치 수출에 눈을 떠 선진국의 기준에 맞춘 덕에 ‘표시용 효율’이 아닌 실제 효율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제대로 된 효율 표시는 업체에도 좋은 일”이라고 하는 이유다.

 경동은 현재 미국·러시아·영국 등 30여 개국에 보일러와 온수기를 수출하고 있다. 최 대표는 “늘어나는 해외 주문에 맞추기 위해 상반기 중 경기 평택에 새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라며 “1400억원을 투자하는 평택 공장이 내년 준공되면 2014년에는 4억 달러 수출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경동의 수출액이 국내 전체 보일러·온수기 수출의 73%에 이른다. 미국 온수기 시장에서는 점유율 2위, 러시아에선 가스보일러 1위를 놓고 유럽 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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