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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와 냉소가 가득한 카툰의 세계

중앙일보

입력

카툰이라는 것이 어떤 것일까를 잠깐 생각해보자. 우선 카툰이라고 하면 풍자, 해학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신문에 나오는 만평이나 4단만화인데 요즘은 신문에서도 칼라의 일상적인 카툰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카툰이라는 것은 참 어렵다. 전달하려는 뜻을 하나의 그림 혹은 몇 컷으로 모두 표현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주에는 사회에 대한 냉소한 해학과 비약, 일상의 따뜻한 향기가 느껴지는 카툰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심차섭 카툰세이
이벤트박스

〈심차섭의 카툰세이〉는 카툰과 이야기가 함께 하는 카툰-에세이집이다. 이 책에는 127개의 만화들과 작가의 추억과 일상이 녹아 있는 진솔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이것은 1998년 유니텔에 연재한 '오늘의 카툰'의 여러 꼭지들 (카툰세이, 행크와 친구들, 행크의 영화 죽이기 등) 가운데 일부 수정하고 짤막한 글을 곁들여 재구성하여 엮어낸 것이다.

심차섭이 카툰을 통해 다루는 것은 부모님의, 친구간의, 남녀간의 사랑, 훈훈하고 따뜻한 사람 사는 이야기, 교훈적인 이야기, 사회성 있는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 등 다양하다. 이렇듯 그가 다루는 이야기는 여러가지이지만 그 가운데 일관되게 흐르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작가가 책의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 '따뜻함'이다.

그의 그림은 재치있고 함축적인 표현력과 파스텔 톤과 원색을 조화롭게 사용한 섬세한 색감이 매력적이다. 또한 카툰이 담고 있는 이야기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그림체는 각 카툰에 알맞은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작가 심차섭은 1992년 서울국제만화전에서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라는 카툰으로 은상을 받으면서 만화계에 데뷔했다. 이후 만화 잡지에 만화 및 카툰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1998년 3월에는 유니텔 사이버만화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우일 도날드 닭
홍디자인

1998년 1월부터 1999년 3월까지 1년3개월여 동안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도날드 닭' 가운데 독자에게 인기 있었던 140편을 골라 4개의 장으로 묶어 출간되었다.

신문만화 답지 않게 톡톡튀는 소재, 파격적인 형식, 날카로운 풍자로 '썰렁함의 미학이라는 웃음의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은 작가 이우일의 개성넘치는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사회문제, 정치문제, 일상사로 나뉘어 보여지는 〈도날드 닭〉의 주인공 도날드 닭은 가정이나 직장에서 늘 치이는 보통 사람이다. 약간은 덜떨어진 듯한 주인공 도날드 닭이 문제에 직면해서 보이는 태도에서 과장된 설교나 감상주의는 찾아볼 수 없다. 눈에 비치는 그대로 해석하는 솔직함이 당혹스럽지만 항상 독자에게 끈끈한 의문을 남게 한다.

작가 이우일은 1969년생으로 홍익대 미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대학재학시절 전설적인 언더그라운드 만화 동아리 '네모라미'의 선두주자로 활동했다. 93년 자비 출간한 개인 만화집 〈빨간 스타킹의 반란(일명 '빨간책')〉은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파격적인 그림체로 대학생과 만화동호인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다.

"내 작품은 전하는 메세지가 모호하고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읽고나면 뒤통수가 가려운 뭔가가 있다. 나는 이런 느낌이 좋다"고 말한 작가 이우일의 작품세계로 들어가 보시길...

마이클 루닉 누드세일(Why Dogs sniff each other's Tails)
풀빛미디어

마이클 루닉은 이미 〈행복이 남긴 짧은 메모들〉〈YOU AND ME〉의 카툰집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카투니스트다. 일상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감동과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두 작품에 그려냈는데, 〈누드세일〉은 약간 다르다.

〈누드세일〉은 성(性)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사람들 본연의 감정들, 솔직하게 드러내기를 꺼리는 생리적인 욕구들을 꺼내 다시 조립해 그림으로 보여준다.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소변을 보는 루닉 자신의 자화상, 남자의 몸으로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를 만드는 여인의 모습, 버스정류장에 줄을 서 있는 남자가 자신의 목을 떠어내 앞에 선 여자의 치마 속을 훔쳐보는 장면…

루닉의 솔직하고 단순 명쾌한 글과 그림들은 쉬이 드러내지 못하는 인간의 자연적 욕구에 대한 풍자와 동시에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마이클 루닉은 호주의 카투니스트로서, 1965년부터 각종 일간지에 카툰을 기고한 것을 시작으로 그 후 〈멜버른 에이지 The Melbourne Age〉, 〈시드니 모닝 헤럴드 The Sydney Morning Herald〉등에서 일했다. 1991년에는 빅토리아 국립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가지기도 한 그는 넘치는 재치와 영감을 부여받은 진정한 아티스트라는 평을 받고 있다.

양영순 기동이게나소나

〈누들누드〉로 만화계에 데뷔했고 또 이 작품으로 유명해진 만화가 양영순씨의 작품집이다.

양영순의 작품들을 일컬어 사람들은 '발랄하고 개성적이며 기상천외하다'고 평하곤 하는데 실제로 그의 도발적 상상력은 발군이다. 금기시돼온 성(性)과 괴기스런 폭력의 영역을 특유의 유머로 표현해내는 것은 양영순 만화의 일관된 맥락이다.

작품〈기동이〉(奇童)는 '기이한 아이'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 기동이가 펼치는 유쾌한 세상이야기이다. 기동이는 서너 살 가량의 남자아이로 미혼모로부터 태어나 한강에 버려졌지만 헤엄쳐 살아남은 특이한 운명을 가진 아이이다.

주로 성적인 것에 국한됐던 〈누들누드〉뿐만 아니라 가상의 폭력체제를 상정한 일종의 SF물 〈철견무적〉, 그리고 일상의 신변잡사들에서 소재를 빌려온 〈싸이케치〉등에 이르기까지, 양영순의 작품들은 할 수 있는 상상을 다하고 그것을 거리낌없이 표현해 낸다.

하지만 양영순의 작품을 독특함에서만 찾는다면 그것은 한계가 있다. 만화작가로서 그의 매력은 무궁한 상상력과 탄탄한 구성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 전개에 있다 할 것이다.

작가 양영순은 95년 대학 재학중 만화전문지 '미스터블루' 신인공모에서 연작만화 〈누들누드〉로 대상을 수상했고, 그 뒤 단행본(전5권)으로 출간되어 폭발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99년에는 〈누들누드〉가 비디오 애니메이션으로 나와 또 한번 이목을 집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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