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바통처럼 이어진 ‘간바레 닛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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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하코네 역전 마라톤에서 우승한 도요대의 주장 가시와바라 류지가 시민들의 격려 속에 언덕길을 역주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홈페이지]

일본 열도가 연초 대학생 역전(驛傳) 마라톤에 열광했다.

 일본의 시청률 조사기관인 비디오리서치는 4일 “지난 2일과 3일 이틀에 걸쳐 치러진 도쿄역 부근~하코네(箱根)역 구간 왕복 역전 마라톤의 평균시청률이 28.5%로 1~3일간 전체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하코네 역전 마라톤은 첫날 108㎞, 둘째 날 109.9㎞의 총 217.9㎞를 20개 대학 선수들이 각각 10개 구간으로 나눠 달리는 육상경기다.

 하코네 역전 마라톤은 니혼TV가 이틀간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방영했다. 최고시청률은 33.5%, 평균시청률은 28.5%였다. 사회 전반적으로 TV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골든타임도 아닌 오전·낮의 7시간 평균시청률이 28.5%란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에 일본 방송업계 관계자들도 깜짝 놀랐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이란 대재앙을 겪은 일본 국민이 역전 마라톤을 통해 단결력과 유대감의 소중함을 다시금 확인하고 싶었던 것”으로 해석했다.

 교대지점 10여m 앞에서 에너지가 소진돼 쓰러졌지만 바로 다시 이를 악물고 일어나선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자신의 팀원에게 ‘다스키(?·어깨띠로 일종의 바통 역할)’를 건네는 선수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감동했다. 또한 선두와의 시간 차가 일정시간 초과하면 다음 주자에게 어깨띠를 건네줄 수 없는 룰 때문에 “반드시 어깨띠만이라도 이어 완주하겠다”는 하위 주자들의 분발에도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이 기간 중 관광지인 하코네 일대의 숙소는 전혀 예약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꽉 찼고 도쿄와 하코네를 잇는 인도에도 응원 인파가 넘쳤다.

 우승을 차지한 도요(東洋)대의 주장 가시와바라 류지(柏原?二·4년)는 사고가 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인근 이와키시 출신. 그는 시합이 끝난 뒤 “내가 힘들었던 건 한 시간여의 시간이었다. 후쿠시마 사람들에 비하면 전혀 힘들지 않았다. 내가 뛰어 그들이 힘을 얻는다면 정말 기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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