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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가물질 242종 공개 추진 … 국내 담배소송 영향 미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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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담배에 들어가는 발암물질 정보를 제조사가 공개토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 안이 성사되면 흡연 피해자들이 번번이 패소한 담배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양동교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4일 “담배에 어떤 첨가물이 들어가는지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담배 제조사가 유해성분 정보를 공개토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담배 첨가물은 담배 맛을 부드럽게 하고 향을 내기 위해 넣는 코코아·커피·설탕·멘톨 등으로 종류만도 수백 가지에 달한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담배 안전관리 및 흡연 예방법안’(가칭)을 마련해 올 9월 정기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여기엔 담배 제조사가 니코틴·타르 같은 주요 성분 정보 외에 담배 첨가물 정보도 밝히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가게 된다. 현재는 니코틴과 타르 함유량만 담뱃갑에 표기돼 있어 다른 첨가물에 대해선 전혀 알 수 없다. 제조사가 이 같은 정보를 공개할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을 통해 유해성분을 점검하고 첨가물의 허용 기준치도 마련할 계획이다. 양 과장은 “유해성이 심한 첨가물은 사용을 전면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담배소송을 통해 KT&G(옛 담배인삼공사)가 인정한 담배 첨가물 242종 중에는 기관지를 무디게 하고 담배 중독성을 높이는 물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첨가물 242종을 분석한 공주대 신호상(환경교육과) 교수는 “독성·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를 생성시킬 수 있는 소르비톨 같은 첨가물이 포함돼 있었다”며 “이 물질은 혈중 니코틴 농도를 유지해 담배의 중독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정부 계획대로 법이 제정돼 담배 첨가물 정보가 세세히 공개되면 국내 담배소송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첨가제 중 발암물질이 무엇인지, 중독성을 유발하는 물질이 무엇인지 등이 모두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금껏 KT&G는 담배 첨가물 정보를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은 채 “담배는 안전하다”고만 주장했다. 하지만 정보가 공개되면 이 주장이 뒤집힐 수도 있다. 흡연 피해자가 ‘담배 때문에 폐암에 걸렸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도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김은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사무총장은 “해외에선 모두 공개하는 정보를 KT&G가 국내에서만 ‘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아 흡연자들의 피해가 더 컸다”며 “법안이 통과된다면 소비자들에게 담배의 유해성을 알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1999년 공영라디오방송(NPR)의 폭로를 계기로 담배 제조사들이 600종에 달하는 첨가물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하기 시작했다.

국내 금연 정책들

▶1995년 국민건강법 제정, 금연구역 지정

▶2001년 한국담배인삼공사(현재 KT&G) 민영화

▶2003년 담배 성분 중 타르와 니코틴 성분 공개,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서명

▶2004년 담뱃값 500원 인상, 금연구역 확대

▶2005년 담배 자동판매기에 성인 인증장치 부착, WHO FCTC 비준·발효

▶2009년 발암성 물질 경고문구 표시제 시행

▶2012년 담배 첨가물 등 유해성분 공개, 담뱃갑 경고그림 삽입 추진(법 제·개정 필요)

자료 :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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