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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완전히 바꾸겠다 … 공천 쇄신 선언한 박근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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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2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대통령, 김윤옥 여사, 양승태 대법원장, 김황식 총리,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이 자리에는 박희태 국회의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김능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경제5단체장 등도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많은 분이 남북문제를 걱정하지만 철통 대비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지만 한반도에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양대 선거가 20년만에 있”며 “혼란스럽다고 하지만 잘하면 희망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성식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어떤 정치적 논리도 배제하고, 우리 정치를 완전히 바꿔내겠다”고 말했다. 3일 KBS1 라디오에서 방송된 ‘정당대표 연설’에서다. 한나라당의 고강도 인적 쇄신을 예고한 것이다.

 그는 또 19대 총선을 앞둔 공천과 관련, “어떤 기득권도 배제하고 국민이 믿을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바꿔나갈 것”이라며 “저를 비롯해 한나라당의 구성원이 가진 일체의 기득권을 배제하고 모든 것을 국민 편에 서서 생각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 정치가 매번 개혁과 혁신을 한다면서도 번번이 주저앉았던 것은 국민의 눈높이가 아닌 정치권 내부의 논리를 버리지 못한 결과”라며 “이번만은 포장이 아니라 내용을 확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박 위원장이 사실상 외부 영입 비대위원들이 제기하는 ‘인적 청산론’에 힘을 실어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근 비대위에서 이상돈·김종인 위원 등이 ‘이재오·이상득 용퇴론’을 거론하자 이명박계 의원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당내에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다. 일부에선 이·김 두 위원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일체의 기득권을 배제하겠다”고 말해 현 정부 실세라도 공천 심사 때 동일한 잣대로 평가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근혜계도 예외가 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관계자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공천하겠다는 것은 세상 민심을 따른다는 말인데 지금 민심이 대대적인 물갈이를 원하고 있다는 것은 뻔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정책 분야에선 ‘이명박 노선’과의 결별 의지를 확실히 드러냈다. 박 위원장은 우선 “경제성장의 온기가 국민 대다수에게 전해지지 않고 일부에게만 집중되는 경제의 동맥경화를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이 행복하지 않은데 국가의 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양적 성장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질적 발전의 새로운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경제를 약육강식의 정글이 아니라 공정한 시장으로 만들고 누구나 기회 앞에 평등하고 경쟁 앞에 안전한 새로운 틀을 만들겠다. 금년은 세계적으로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챙기는 일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민들에게 필요한 경제정책은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고, 먹는 순간 따뜻하고 든든해지는, 붕어빵과 같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장 위주의 MB노믹스를 대폭 수정하거나, 경우에 따라선 폐기하겠다는 뜻이다. 이 같은 발언은 이 대통령과의 정책 차별화와 관련한 박 위원장의 발언 가운데 가장 수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위원장의 한 측근은 “현 정부가 성장을 위해 택한 고환율 정책은 수출 대기업에는 큰 혜택을 줬지만 그 과실이 밑으로 흘러 들어가지 못해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며 “박 위원장은 이런 정책기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연설은 비대위원장 취임 후 첫 미디어 연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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