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오후 5시15분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민주통합당 김근태 상임고문 빈소가 마련된 이곳에 ‘뜻밖의 인물’이 나타났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었다. 김 고문 측은 “고인 생전에 따로 만난 적은 없었던 걸로 안다”고 했다. 안 원장도 김 고문과 개인적 인연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특별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김 고문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는 취지의 언급만 했다.
당시 야권에선 2011년이 가기 전 안 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일 거란 관측이 많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안 원장에게 쏠린 대중의 관심이 분산되는 상황이었고 ‘신년 정국’에서 존재감을 확인시키기 위해 깜짝 등장할 거란 얘기였다.
이런 관측이 들어맞아 버린 셈이다.
안 원장의 ‘등판 주기’를 감안해 깜짝 등장을 점친 이들도 있었다. 자로 잰 듯이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포기 후인 지난해 10월부터 안 원장이 대략 15일 안팎의 간격으로 등장했다가 사라지곤 하는 동선을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실제 안 원장은 김 고문 빈소를 찾기 약 보름 전인 지난해 12월 14일,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보다 보름 전께인 같은 달 1일엔 경기도 판교 안철수연구소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제3정당 창당과 강남 총선 출마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11월도 마찬가지였다. 안 원장은 14일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연구소 지분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내용을 알린 뒤 이튿날인 15일 출근길에 기자간담회를 했다. 이 또한 전달인 10월 27일 학장회의 참석차 서울대 관악캠퍼스를 찾은 자리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개인적 소감을 밝힌 지 보름여 만의 일이었다.
정치권에선 안 원장의 이런 움직임을 일종의 ‘의식적인 완급 조절’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안 원장이 일부러 주기를 맞춰 등장하는 건 아닐 것”이라면서도 “다만 본인에게 쏠린 정치적 기대감이 총선 정국을 앞두고 소멸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공개적으로 행보를 조절하는 것일 수는 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김 고문 상가에서 기자들이 김 고문과의 인연 등 여러 가지를 질문하자 “다음 기회에 얘기하자”고 했다. 지금까지의 등판 주기대로라면 ‘다음 기회’는 이달 중순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양원보 기자
2011년 10월 이후 안철수 공개 행보
▶12월 30일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빈소 조문
14일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빈소 조문
1일 ‘신당 창당설 일축’ 기자간담회
▶11월 15일 재산 기부 관련 출근길 기자간담회
▶10월 2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평가 기자회견
24일 박원순 시장 후보 캠프 방문
9일 교보문고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지 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