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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압구정 가던 사람들 방배동으로 몰리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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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980~90년대 서울의 대표적인 카페촌이었던 서초구 방배동 골목이 최근 정비 작업을 끝내고 산뜻한 거리로 거듭났다. 2년 전(왼쪽 사진)과 달리 전신주와 허공을 가로지르던 전깃줄이 지하에 매설되고, 오래된 가로등과 보도·차도가 새것으로 바뀌었다(오른쪽 사진). [최승식 기자]

#12월 30일 점심 시간을 앞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카페골목. 탐앤탐스 커피숍엔 손님이 가득 차 있었다. 다른 곳이면 점심 이후에나 붐빌 법한데 이곳은 벌써부터 손님이 많다. 압구정동에 산다는 김원선(28)씨는 2주 전부터 웬만한 약속은 이곳에서 잡는다. 김씨는 “최근 방배동 카페골목이 새로운 만남의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며 “같이 만난 친구도 서울시내 번화가 중 가장 깨끗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커피숍 종업원인 정주영(22)씨는 “길거리가 깨끗해지면서 예전에 하루 500잔 정도 팔리던 커피가 몇 주 전부터 600잔 이상씩 판매된다”며 “인근 주민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오는 손님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저녁 시간 인근 양대창 숯불구이 전문집 더마니의 테이블마다 직장인 송년회가 열리고 있었다. 인근 IT업체에 다니고 있다는 직장인 여섯 명은 양대창을 먹고 있었다. 윤성규(39)씨는 “예년에는 강남역이나 압구정동까지 건너가 송년회를 하곤 했다”며 “카페골목 곳곳에 분위기 좋은 식당이 늘면서 직장인 회식 장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대표 상권이었던 방배동 카페골목이 부활을 향한 날갯짓을 하고 있다. 서초구가 지난 2년간 37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정비 작업이 지난달 끝났기 때문이다.

진익철(61) 서초구청장은 “새단장을 통해 이곳의 명성이 되살아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간판 개선 사업을 통해 200개 업소의 간판이 말끔히 정비됐다. 도로변에 어지럽게 설치돼 있는 전신주 27개와 전선을 철거해 땅속으로 지중화했다. 오래된 가로등 36개와 보도·차도를 교체했다.

 방배동 카페골목은 1970년대 강남 개발이 본격화한 뒤 80년대 들어 서울의 대표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90년대 초반 심야 불법 영업의 중심지로 사회 이슈가 되고, 노태우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의 타깃이 돼 집중 단속을 당했다. 여기에 97~98년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상권은 가라앉았다. 한때 350개가 넘던 가게 수도 200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주변 강남역과 압구정동에 밀리며 겨우 명맥만 유지했다.

 카페골목을 되살리고자 주민과 상인이 함께 손을 잡았다. 주민이 직접 공사감독으로 나선 ‘주민참여감독제’가 대표적이다. 서선교(63) 카페골목 상가발전회장은 “주민과 함께 카페골목을 되살리기 위해 적극 협력하고 있다”며 “지난달 14일 요란한 준공식을 대신해 주민·상인 300명이 새벽 청소에 나섰다”고 말했다.

◆방배동 카페골목=서초구 방배동 760번지 일대로 이수교차로에서 뒷벌공원에 이르는 800m 구간. 1982년 사당천과 이수천이 맞닿은 곳을 덮어 만든 복개도로가 완공되면서 인근에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90년대 초까지 압구정동·강남역과 함께 강남 3대 상권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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