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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188> 불법 다단계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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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2011년 하반기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거마대학생’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서울 거여·마천동 일대에서 합숙을 하며 불법 다단계 일을 하는 대학생들의 실태가 본지를 통해 알려진 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업체에 대해 19억여원의 과징금을 매겼습니다. 경찰은 업체 사장을 구속했죠. 하지만 아직도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헛된 기대를 버리지 못한 거마대학생이 100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불법 다단계업의 실태와 피해 예방을 위한 대처 요령을 살펴봤습니다.

[일러스트=강일구]

#1. 친구 권유로 한 피라미드 업체에 판매원으로 가입한 A씨. 업체는 연수기간 동안 “500만원만 우선 투자해라” “매월 500만원의 수입이 보장된다”는 말로 그를 현혹했다. 수당을 받기 위해선 미리 업체의 물건을 사야 했다. 하지만 대학생인 그에게 500만원은 너무 큰돈이었다. 업체는 기다렸다는 듯 제2금융권 대출을 권했다. A씨는 업체 말에 따라 저축은행 2곳에서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수익은 얻지도 못한 채 1년 반 동안 연 20%에 육박하는 대출 이자를 내야 했다.

#2. 취업준비생 B씨는 서울에 있는 친구에게서 “대기업에 자리가 있으니 이력서를 보내라”는 연락을 받았다. 곧 이력서를 보내자 며칠 뒤 친구는 “합격됐으니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다. B씨가 친구가 알려준 장소로 가자 바로 연수에 들어간다면서 일주일 동안 교육을 받았다. 교육이 끝난 뒤 친구는 “일을 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모님께 연락해 ‘방을 얻어야 하니 전세금 1000만원을 보내 달라’고 하라”면서 구체적인 방법까지 알려줬다. B씨가 구한 1000만원 중 700만원은 피라미드 업체의 제품 구입비로 사용됐고, 이 돈 중 상당액은 업체와 친구가 나눠가졌다. B씨는 자신이 쓴 돈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친구를 끌어들이기로 마음 먹었다.

“6개월에 1000만원 번다” 거짓 정보로 유혹

서울 가락동에 있는 한 불법 다단계업체 지하교육장에서 300여 명의 대학생이 단체 점심을 먹는 모습. 일부 불법 다단계업체는 강제 합숙을 시키며 이들의 외부출입을 막고 휴대전화 사용까지 통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포토]

‘거마대학생’ 사건으로 적발된 ㈜이엠스코리아 등 다단계업체의 불법행위로 발생하는 전형적인 피해 사례다. 이들 불법 업체는 주로 노인·대학생·중국동포·새터민 등 정보취약계층을 표적으로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현혹해 저질 상품을 고가로 판매하면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불법 다단계업체의 회원 유인 방법은 크게 2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는 ‘비즈니스 단계’다. 비즈니스 단계는 대기업이나 유망 회사에 취직을 시켜주겠다거나 고수익 사업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포섭 대상을 끌어들이는 과정이다. 업체는 이미 포섭된 판매원을 이용해 이들의 지인에게 전화공세를 한다. 이른바 ‘첫텔’ 작업이다. 통화가 끝나면 유인 대상자의 신상명세와 통화내용을 노트에 적어 ‘텔 보고서’를 만든다. 상위 직급자는 이를 이용해 구체적인 유인 전략을 지시한다. 서울 생활을 동경하는 친구에게 “서울에 있는 좋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며 부러움을 자극하는 등 맞춤형 ‘운 띄우기’ 공략을 하는 것이다. 6개월만 일하면 1000만원이 넘는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허위정보도 활용된다.

두 번째 ‘환기’ 단계에선 포섭 대상자들을 합숙소와 고객센터로 부른다. 상대방의 경계심을 풀기 위해 재미있는 이야기 등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끝없는 기대감을 심어준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열흘만 연수받고 나가라’는 식의 약속도 한다. 유인에 성공하면 ‘큰소리로 자신감 있게 말하기’ 등으로 자기확신을 강화시킨다.

물품비·합숙비 명목 돈 요구 … 환불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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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판매원 교육은 주로 제품설명, 성공담, 합숙소 생활의 당위성 설명 등으로 이뤄진다. 이후 교육센터에서 생활을 시작하면서 상위 판매원은 신입 판매원에게 물품 구입을 위한 돈을 요구한다. 대학생에겐 전세자금 등의 명목으로 부모로부터 돈을 받아내게 한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겐 대출을 알선한다. ㈜이엠스코리아는 1인당 350만~550만원가량의 물품을 사면 정식 판매원으로 등록해줬다. 대출을 받아도 판매원 자신에게 남는 돈은 거의 없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 대학생은 800만원을 대출받아 580만원을 물품대금으로 업체에 입금했다. 물품대금의 22.4%인 130만원은 소매 이윤 명목으로 상위판매원 계좌에 들어갔다. 합숙소의 방장에게는 월 30만원의 방세를 직접 건네줘야 했다. 그러고 나니 주머니에 남은 돈은 60여만원에 불과했다.

뒤늦게 후회하더라도 샀던 물건을 환불하기 어렵다. 물품이 택배로 합숙소에 도착하면 상위 판매원들은 “불량품 여부를 확인하자”며 제품 포장을 훼손하기 일쑤다. 반품을 요구할 명분을 없애기 위해서다. 물품 가운데 복분자와 블루베리 등 건강식품을 합숙소 사람들이 물처럼 마시도록 하는 일도 있었다. 반품은 극히 예외적으로 이뤄진다. 판매원 활동을 하는 것을 알게 된 가족이 직접 합숙소나 교육센터를 방문하거나 경찰에 신고했을 때에나 가능했다.

자신 등급 높이기 위해 친구 끌어들여 … 합숙생활 감시

불법 업체는 판매원들이 대출금과 이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악용한다. 대출금을 갚고 높은 수당을 받기 위해선 빨리 승급해야 한다고 종용하는 방식이다. 판매원들은 이 같은 압박 때문에 또 다른 지인을 유혹해 끌어들이게 된다. 자신이 본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하위 판매원을 포섭하는 행위가 확대·재생산되는 것이다. 판매원들은 또 물품을 더 사 승급을 하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기도 한다.

감금에 가까운 합숙생활을 강요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거마대학생’ 사건은 불법 다단계업체가 판매원으로 포섭한 대학생을 강제 합숙시키며 감시해왔다는 사실 때문에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상위 판매원 2~3명이 판매원 이탈을 막기 위해 밀착관리를 해 온 것이다. 기상 시간인 오전 4시30분부터 취침 시간인 오후 11시까지 학생들을 따라다니며 외부출입을 막았다. 소지품은 합숙소 깊숙한 곳에 보관토록 했다.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는 통화내용을 엿들었다. 합숙생활은 1개월을 5일 단위로 나누어 6개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특정 합숙소에서 생활한 뒤 다른 합숙소로 옮기는 식인데 단체로 탈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방법이 사용됐다.

합법업체인지 꼭 확인 … 불법은 적극 신고해야

다단계판매업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방문판매법상 다단계판매업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5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춰야 한다. 또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을 의무적으로 체결해야만 한다. 이처럼 다단계판매업은 등록 제한 규정을 두고 있고 일반 방문판매업에 비해 수당·제품 가격 제한 등의 규제가 심하기 때문에 불법으로 운영되는 피라미드업체가 성업 중이라는 게 공정위 등 당국의 판단이다.

다단계판매업자는 또 허위·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상대방을 속여 거래를 유도해선 안 된다. 이 때문에 지인이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는 회사에 취직하도록 도와주겠다”는 등의 말로 호의를 베풀 경우 이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본인의 뜻과 달리 교육이나 합숙을 강요하는 것도 불법이다. 거마대학생들은 서울 가락·거여·마천·방이·오금동 일대 약 100곳에서 합숙소 생활을 했다. 판매원 등록을 위해 필요하다며 연간 5만원 이상의 물품 구입을 권하는 것도 불법이다.

이같이 불법으로 의심되는 다단계판매업체로부터 가입 및 상품구매 권유를 받았을 땐 무조건 이를 따르지 않아야 한다. “시·도에 등록된 합법적 다단계판매업체니까 안심해도 좋다”는 식으로 가입을 권유한다면 가장 먼저 합법적으로 등록된 업체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www.ftc.go.kr)나 직접판매공제조합(www.macco.or.kr, 02-566-1202),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www. mlmunion.or.kr, 02-2058-0831)에 문의하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등록업체라면 판매원은 3개월의 청약철회 기간이 보장되고 회사가 환불을 해주지 않을 때에는 공제조합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다단계판매자에게 상품 구입 시 공제조합 명의의 공제번호 통지서를 받아야 한다. 이 통지서가 있어야 나중에 다단계판매자가 환불을 거절하더라도 공제조합에 공제금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불법 피라미드업체라면 사실상 환불이나 피해보상이 어렵다. 피치 못할 상황에서 물건을 구매했다면 가급적 사용하지 말고 상품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관하는 게 좋다. 추후 청약 철회 시 내용증명 우편으로 상품의 반환과 환불을 요구해야 나중에 피해를 보상받을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불법 업체 신고는 공정위 홈페이지나 경찰 범죄신고전화(112)를 이용하면 된다.

이런 다단계 업체는 피하세요

●교육비·상품 구매비 등 각종 명목으로 막대한 초기비용 강요

●물건을 팔아 수익을 얻지 않고 새 회원 모집을 통해서만 수당 지급

●하위 판매원 확보하도록 의무 부과

●제2금융권 등에서 거액의 대출 알선

●집단 합숙생활 강요

●환불 요구 무시

●공제조합 등에 미가입

●물건을 판매한 뒤 반품하지 못하도록 포장 등 훼손

불법 다단계 피해 예방 요령

●가입 전 공정위·직접판매공제조합·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등에 합법업체 여부 문의

●상품 구입 시 공제조합 명의의 공제번호 통지서 수령

●당장 사용하지 않는 상품은 환불을 대비해 원형 보존

●학자금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로 상품 구입 금지

●불법 다단계 업체 발견 즉시 공정위, 경찰, 관할 시·도에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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