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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대한 초기 기대 퇴색"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기대됐던 전쟁방지, 공해 감소, 불평등 해소 등의 기능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런던에서 발행되는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가 보도했다. 이 잡지는 인터넷에 대한 기대로 등장했던 뉴미디어 산업도 이에따라 실패의 쓴맛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858년 처음으로 대서양을 가로질러 통신 케이블이 설치됐을 때도 사람들은 지구상 모든 국가간의 사상의 교류를 가능케하는 도구가 발명된 이상 과거의 편견과 적대감은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했었다고 말했다.

잡지는 오늘날에도 새로운 기술이 나타날 때마다 사람들은 같은 종류의 말을 하고 있다며 생명공학은 세계 기아의 해결책이 될 것으로, 인간 유전자지도 작성은 암과 다른 질병들을 몰아낼 것으로 기대됐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사이버 세계의 권위자들은 인터넷이 전쟁을 막고 공해를 감소시키며 다양한 형태의 불평등을 해소할 것이라는 정열적인 주장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지만 인터넷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지금 그같은 기대는 지나쳤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이들의 주장은 모두 의사소통이 개선되면 오해가 줄어들고 갈등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바탕을 둔 것이나 전쟁이 단순히 사람들이 서로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바람에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은 실수이며 그런 생각이 맞았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은 갈등을 옹호하는데 이용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인터넷에는 증오의 말과 불관용이 정부도 개입하기 어려운 어두운 구석에서 난무하고 있어 전쟁을 종식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잡지는 말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에너지기후연구센터(CECS)는 지난 97,98년 에너지소비량 조사결과 미국 경제가 그 2년동안 9%의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수요는 변함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난 것은 인터넷이 종이와 CD를 전자로, 트럭을 광케이블로 각각 대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잡지는 전했다.

물론 잘 조정이 되면 사람들이 각자 차를 몰고 쇼핑몰까지 가는 것보다는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고 트럭 한대가 돌면서 배달을 하면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신문, 잡지나 다른 간행물들을 온라인으로 읽으면 이를 인쇄하고 배달하는 것보다 훨씬 에너지가 덜 소모될 것이나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쇼핑도 하고 동네 가게에도 간다면 반대로 에너지 소비가 전체적으로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잡지는 분석했다.

게다가 더욱 많은 직장과 가정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고 이로 인해 수백만대의 PC와 프린터, 서버, 기타 기기들이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고 잡지는 지적하고 미국 전기소비의 8%는 인터넷 사용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까지 있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거대한 ''서버농장'' 건설이 전력 과부하를 초래해 등화관제 사태를 빚기도 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

인터넷이 불평등을 해소할 것이라는 기대도 미국 상무부의 조사결과 연간소득 7만5천달러 이상의 가정이 최빈 가정보다 인터넷을 사용할 확률이 2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무색해졌다고 잡지는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비용이 지속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디지털 빈부격차''의 진정한 이유는 빈곤층이 여유가 없어서 인터넷 사용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잡지는 말했다.

한편 인터넷에 대한 기대로 지난 3년간 엄청난 돈을 투자했던 미디어 업계도 실패의 쓴맛을 보고 있다고 잡지는 말했다.

지난해 미국의 3대 방송중 하나인 NBC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인터넷 전략을 구사, 11월에는 NBC인터넷사를 상장하기까지 했지만 올들어 주가가 89%나 하락함으로써 직원 20%를 감원하겠다고 발표하게 됐고 광고수입은 줄어들어 오는 2002년으로 예상했던 손익분기점은 무기한 연기됐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문제는 콘텐츠의 전달과정에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인터넷이 음악과 텍스트의 전달에는 훌륭한 매체이나 연예산업의 최대상품인 비디오의 전달에는 약하며 이는 비디오 전달이 가능한 광역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가정은 미국내에서도 1.5%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잡지는 설명했다.

책의 경우에도 스티븐 킹이 지난 3월 전자소설을 발간했을 때 24시간이내에 40만명이 다운받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정작 이를 스크린에서 읽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그렇다고 수백쪽을 인쇄해서 비닐백에 넣어가지고 다니며 읽을 사람은 더욱 없을 것이라고 잡지는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마지막으로 돈을 버는데 어려움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음악의 경우 수요는 엄청나지만 음반업체들은 수요자들로부터 돈을 받아낼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고 전자업체와 소프트웨어업체간에 저작권에 대한 갈등도 해결되지않고 있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신문의 경우도 한때 뉴욕타임스가 유료 사이트를 시도했다가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경쟁사가 너무 많아 곧바로 포기할 정도로 돈을 받기가 어렵다고 잡지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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