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GDP, 1분기 비해 겨우 1.1% 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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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분기 중 우리 경제가 기록한 9.6%의 성장률은 여전히 높은 수치이긴 하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매분기 두자릿수 성장률로 숨가쁘게 치달아온 경기 상승 속도는 한풀 꺾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경기 과열론은 수그러든 반면 하반기 중 우리 경제가 급격히 침체국면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2분기 중 성장률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 것은 지난해의 경기 급상승에 대한 기술적 반락의 성격이 짙다" 면서 "하반기 중에도 우리 경제는 불황으로 떨어지지않고 성장세를 이어갈 것" 이라고 예측했다.

◇ 현저히 둔화된 성장속도〓현시점의 경기를 보다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지표인 전분기 대비 경제성장률(계절조정치)을 보면 성장속도 둔화 추세가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해 2분기 4.1%로 정점을 기록한 전분기 대비 경제성장률이 이후 내림세를 타다가 불과 1년 만인 올 2분기엔 1.1%까지 추락했다.

1.1% 성장률은 연율로 환산할 경우 5%가 채 못되는 수준으로 잠재성장률(6%)을 오히려 밑도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성장률 하락 외에도 2분기 중 재고가 크게 줄어든 점에 주목하면서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해졌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재고 감소분은 연간 5조9천억원에 그쳤으나 올들어선 1분기(3조2천억원)에 이어 2분기에 5조3천억원어치나 재고가 빠졌다.

이는 기업체들이 향후 경기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해 재고를 될수록 쌓아두지 않기 때문이다.

한은 이성태 부총재보는 "95년을 기준(1백)으로 한 재고율 지수도 6월 현재 71.9에 불과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전혀 회복하지 못한 상태" 라고 밝혔다.

한편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됨에 따라 최근 증시에서 나돌고 있는 한은의 콜금리 인상설은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최근의 물가상승 조짐은 수요 측면이 아니라 주로 비용 측면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별 실효성이 없을 것" 이라며 "경기가 안좋아지는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올리는 것은 재고해봐야 한다" 고 말했다.

◇ 경제 연착륙엔 구조조정이 관건〓설비투자나 수출 등 실물지표들이 양호한 가운데 경기상승 속도가 주춤해진 것은 금융시장 불안이 주요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조사된 기업체 경기실사지수(BSI)나 소비자동향지수(CSI)가 낮게 나오는 것도 실물 때문이 아니라 일부 기업의 자금난 등 시장상황 때문이라는 것.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실물지표는 괜찮은데 채권 및 주식시장의 침체, 은행권의 자금 경색 등 금융시장 불안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면서 "구조조정을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고 말했다.

김준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도 "우리 경제에 누적된 부실을 계속 떠안고가다 경기가 하락세로 반전하면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 면서 "경제를 견실하게 성장시켜 나가기 위해선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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