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의 비'를 막겠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6일 미국 법원은 음악파일 공유 사이트인 냅스터에 사이트 폐쇄 명령을 내렸다.

미 음반협회(RIAA)와 5개 메이저 음반회사들이 냅스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지 7개월 만에 1심 판결이 나온 것이다. 최종 판결 전까지 사이트 폐쇄는 연기됐지만 의미심장한 판결이었다.

열 아홉의 천재, 숀 패닝과 그의 동료 엔지니어들은 지금 초조하게 법정의 판결을 기다린다.

현재 2천만명, 그리고 올해 말까지 7천5백만 명에 이르리라던 냅스터 제국의 속박당한 국민도 해방의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프로그래머가 법정에 선다. 무슨 의미일까. 더 이상 키보드 위에서 꿈의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기술이 사용자들을 모두 전과자로 만들기 때문이다.

왜 음반회사들은 냅스터를 두려워하는가? 음반 구매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서라고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사람들은 한없이 넓은 음악 세계에서 자신만의 노래를 찾아내기 위해 집안에 느긋이 앉아 이것저것 들어보고 싶어 한다. 수백개의 라디오 채널도 이들 음악 팬들의 욕구를 채워주지는 못한다. 냅스터는 이걸 가능케 했다.

음반회사들은 단지 열아홉살짜리 소년이 개발한 기술 그 자체가 두려운 게 아니다.

어린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무서운 천재들이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가능성이 두려운 것이다.

이들이 무서워하는 또 하나는 베이비 벤처에 유입되는 자금이다. 벤처캐피털인 허머 윈블라드가 냅스터에 투자한 돈이 1천5백만달러에 이른다는 사실은 이제 냅스터의 신기술이 더 이상 어린애 장난이 아님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냅스터는 무엇인가? 하나의 컬트(cult)다. 그것도 너무나 미국적인 컬트다. 지금은 새로운 컬트지만 머지않아 팝 컬처(Pop Culture)의 자리에 오를 획기적이지만 보편적인 신기술이다.

이 꿈의 신기술을 단지 해커들의 장난이라고 보는 건 분명 음반회사측의 왜곡된 해석이다. AOL이나 텔레비전처럼 누구나 거부감 없이 대할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다른 모든 비즈니스가 그랬듯이 음반협회도 뉴미디어의 세계로 화해의 눈길을 돌릴 때가 됐다.

기술의 감금은 추종자들을 단합시킨다. 단지 기술의 추종자 뿐만 아니다. 얼마전 가수 커트니 러브가 살롱닷컴(http://www.salon.com)에 냅스터 사건을 계기로 돌아본 음악가들의 현실에 대해 쓴 적이 있다.

음반회사들이 음악가들을 얼마나 착취하는지, 음반판매 이익금에다 저작권까지 앗아가려는 그들의 탐욕스러움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음반회사에 비하면 사실 냅스터의 저작권 침해논란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은 서로를 가로 막아온 장벽이 무너지고 하나로 연결되는 세상이다. 이제는 어떤 것도 영원히 홀로 소유할 수 없다. 기술의 발달을 중단시키는 행위는 내리는 비를 막으려는 것과 같은 쓸모없는 짓이다.

탐욕스런 장사꾼들에 시달린 천재프로그래머들은 이제 이름 모를 섬으로 건너가 서버를 설치하고 랜(LAN)을 깔고 ''프리 네이션(자유국민)'' 을 꿈꾸며 속속 새로운 신기술을 내보낼지 모른다.

신기술의 비를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자유의지 또한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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