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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CAN Festival대표 박은실씨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 CAN을 개최하게 된 동기는?

"일전에 ACA 회장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ACA는 연합단체였고 그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에.. 그만 둔 후 다른 행사를 해봤으면 좋겠다 싶어서였지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건 출판만화입니다. 동인지 행사를 하고 싶은 것도 있었고, 내가 얻을 부분도 있었고.. 말하자면 루트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거지요. 다른 행사와는 다른 창작 지향성의 행사를 하고 싶어요. 한국만화계가 어려운 이유중의 하나인 여러 이유 중에 하나가 기반 부족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기반이 되는 아마추어들의 발판이 되는 루트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그러한 연유로 출판만화에의 진출을 위한 재원의 지원책으로서 행사를 열게 된 거죠."

- 묘하게 ACA와 날자가 똑같이 겹쳤는데요.

"공고를 4월부터 했는데.. ACA가 Youth Festival에 들어가면서 교묘하게 겹쳐버렸어요. 약간 타격은 받았지만, 행사 자체를 장기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 첫 행사치고 규제가 좀 엄격한 것 같던데요.

"실례로 심한 패러디를 했던 몇 동아리를 퇴장시키기도 했습니다. 곤욕스러운게, 창작 위주로 참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동아리와 행사주최측과 관점차이가 있는 거예요. 다시말해 패러디의 기준이 서로 틀린거죠. 이런 관점의 차이가 많이 나는데, 앞으로 그 차이를 줄여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행사장을 좀 돌아보고 나서 느낀거지만, 원래 창작 위주로 잡은 컨셉에 비해 약간 바뀌지 않았나 싶은데요.

"전반적으로 동인의 흐름이 돌아섰기 때문에, 창작팀을 위한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저는 한국의 코믹마켓(주 : 일본의 コミケ를 지칭)
을 만들고 싶은 게 꿈입니다. 아마가 제대로 선을 잡아야 만화계가 발전하죠. 하지만 상업적으로 많이 흘러서 어려울 것 같아요. 창작성과 상업성을 둘 다 추구하지 않으면 아마계가 크기도 전에 망가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ACA나 Comic World 뿐만 아니라 동아리들이 판매로 '이득을 남겨야지 않느냐'라는 분위기가 많아요. 그렇다 해서 정당치 못한, 기준 없는 상업성은 문제가 있지요. 활동을 위해 자금 지원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고. 그 기준을 제시하고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지.. 만화가가 되기 위해 활동했는데 하다보면 이런저런 것에 영향을 받아서.. 작가로 클 수 있는 사람들이 작품에 대한 주관을 가지기도 전에 돈되는 쪽으로 빠져가곤 하는게 상업성의 폐해가 아닐까 싶어요.

일본처럼 코미케 활동만으로도 밥벌이가 되지도 않고. 아 물론 일본에서도 그런 경우는 극소수지만 ^^;.. 그런 시기를 목적에 따라 좀 더 도움이 되는 시간으로 활용했으면 하는데. 그런게 상업성과 패러디의 문제..랄까요. 행사에서도 그런걸 제시해주지 않고.. 그런 점에서 방향유도와 기준제시는 필요한 것 같아요. ACA와 Comic World가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린 하고 싶어요."

- 유독 '창작'을 강조하시는데요..

"패러디의 기준도 있어야 하고, 창작이지만 제대로 된 창작인지도 가름해야 하고. 중고생들이 너무 일본에 물들어서 그런 부분이 된 것도 많고.. 그 기준들이 애매모호하죠. 그런 기준들을 찾아가는 것이 행사가 할 일이 아닐까요. ACA는 이렇게, Comic World는 이렇게 등등.. 제대로 된 창작을 할 수 있는, 그런 팀들을 발굴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아요. 패러디도 나쁜 건 아녜요. 단지 창작을 하는 팀도 나올 수 있는데, 아무도 기준 제시를 못해주기 때문에 필요하다봐요.. 어느 행사든. 우리가 할 수 있다면 했으면 좋겠어요. 한국만화냐, 일본만화냐, 논란이 많은데 그 기준도 없고. 회사가 주최하는 거라, 창작팀들은 이런 팀이다, 이런 것이다.. 라고 기준을 제시할 수 있지요. 다른 행사들도 표방할 수 있고 그렇게 유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CAN Production의 주도로 만들어진 아마츄어 작품집 'BomB'. 상당한 수준의 동인작품들이 수록되어있으며 권말에 1회 CAN Festival의 초대동아리인 범건사와 POS등의 인터뷰도 수록되어있다.

- '회사차원'이라고 하셨는데, CAN Production의 이야기겠지요? 보아하니 CAN Production의 이름으로 된 부스도 있고, 이 이름으로 JAPAN ROCK 관련 잡지도 나왔던데, 이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두 가지가 있죠. 만화와 음악."

"만화쪽은 원래 제가 했었던 부분이고, 계속하고 싶어요. 이번엔 아마작가들을 모아서 작품집을 만들었고(주 : 이 작품집은 '감성무크집 BomB'라는 이름으로 6인의 원고를 묶어 별도 부스를 통해 판매했음)
. 다음부터는 공모전을 통해 이런 작업을 계속해 나갈거예요. 앞으로도 이렇게 지원이 가능한 루트를 제공하고 싶고, 대중성과 상업성 있는 작가들을 데뷔 가능하도록 매니지먼트를 하고 싶습니다.

만화와 별개로 일본음악잡지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막혀있던 일본 음악의 양성화를 꾀하고,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더불어 한국 그룹도 일본으로 갈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만들려고 하는거고. 하지만 이 둘은 별개죠.

하지만 글쎄요.. 애니 음악같이, 어떤 아티스트의 삶을 만화로 표현하고 싶고.. 캐릭터 사업· 애니쪽으로 갈 수 있는 사업을 전개하고 싶습니다."

- 비록 1/4이긴 했지만 장소에서, 정부주도였던 SICAF 말고 무려(?)
COEX를 잡았다는 것(?)
에 상당히 놀라워했던 사람이 많았는데요.

"아하하.. ^^; COEX에서 하게 된 것이 그렇게 놀라운 일인가요.

저는 앞으로 만화행사들이 열릴 장소가 COEX밖에는 없을 것으로 봐요. 듣자하니 여의도쪽도 얼마 안가 철거된다고 하는 것 같고(찬휘 주 : 사실확인은 되지 않았음)
. ..만화 동인이라는 것도 매니아성이 없지 않지요? 매니아적인 면은 이제 한계에 치달았고, 양성화될 수 밖에 없죠. 잃는 것도 있겠지만, COEX란 장소를 통해 이러한 양성화적인 측면을 알리고 싶어요. 계속 여기서 열고 싶고, 어떤 의미에선 다른 행사에 비해 '선점'에 의미도 있달까. 아하하.

1/4밖에 안잡은건, 첫 행사니까죠. 동아리들도 성격이라든지 등에 대해 관망자세를 취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작게 잡았어요. ..좀 더 나아지리라 보고.. 처음부터 ACA 만큼 동아리들이 모여지길 바라는 건 무리죠. 우리만의 특성을 가져야 해요. 긍정적인 목적은 '아마들도 많고 하나의 시장이다'라는 걸 알려주고 싶은거죠. 제대로 된 기준, 주관있는 동아리들이 CAN으로 오게 되길 바래요.

COEX 담당자에게 한참을 역설했어요. "앞으로 만화행사들 열릴 곳은 여기밖에 없을거다"라고. 앞으로도 혼자서는 안되고, COEX가 참여·투자를 이런 식으로 했으면 좋겠지요. 지금 아래에서 열리고 있던 [WEDDEX KOREA 2000]도 개인 회사가 열기 시작해서 지금 14회, 이만치까지 컸죠. 충분히 가능성과 가치가 있음을 말했고요. 우리도 '좋은 장소'에 걸맞게 해야겠죠. ^^;"

- 사실 동아리들이 많긴 하지만 책 찍어내는게 적은 돈은 아니고, 또 많은 동인들이 적자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창작'에 중심을 두고 있고 또 계속 기준과 방향을 이야기하시고 계신데, 그런 점에서 CAN이 보여줄 수 있는 1차적인 지원책은 어떠한 게 있을 수 있지요?

"으음.. 창작 중심의 팀들에게 지원금을 주며 초대를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이건 기준모호가 문제이겠죠. 그런 점에서 좀 더 연구를 해야 할 것들이고. 여러가지를 모색중이고 찾아내야겠지요.

패러디들도 얼마나 잘 파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그쪽들도 적자가 많거든요. 안 팔리는 동인지가 안 팔리는 이유는 분명 있을 거예요. 수준이 없을 수도 있고, 있어도 취향에 안맞을 수도 있고. 동아리들도 생각을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행사 특성이 없진 않으니까, 그 행사에 맞는 관객들이 모이는 곳을 잘 노려야겠지요. 여의도 관객 COEX관객 식으로 찾는 사람들이 틀려지니까. 사실 그러면서 발전하는거 아니겠어요? '작가'라면 대중성을 생각해야 하니까, 그런 관점을 찾는 것도 중요해요. 그러다 보면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 다음 행사는 언제쯤 열리죠?

"내년 1월경에 열 예정이예요. 다음 행사에서는 더 잘 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겠지요." ^^;

서찬휘 객원기자<seochnh@manhwa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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