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힘이다, 떳떳하게 벌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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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사랑하는 것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 -성경
두툼한 지갑보다 텅빈 지갑이 더 나쁘다. -탈무드

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묘한 애증(愛憎)의 대상이다.

'돈은 비도덕적' (톨스토이)이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지갑이 가벼우면 마음이 무거운' (괴테)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돈을 대하는 이 두 마음의 갈등은 사람들을 고민 속에 빠뜨린다.

특히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는 가르침을 믿고 사는 우리들은 돈을 향한 욕구와 도덕심 사이에서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

"김중배의 돈이 그렇게 좋더란 말이~냐" 며 심순애를 손가락질하지만 정작 내가 순애라면 과연 가난한 이수일을 주저없이 택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자신할 수 없을 테니까.

세태의 변화일까. 최근에는 거리낌없이 '떳떳하게 돈 욕심을 내라' 며 숨겨진 속내를 부추기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책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1.2〉(로버트 기요사키 지음.형선호 옮김.황금가지)다.

출판가의 극심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출간 6개월 만에 50만부를 넘어선 이 책은 새로운 돈 개념을 내세워 관심을 끌고 있다.

기요사키는 '돈은 모든 악의 근원' 이라는 고정관념 대신 '돈이 부족한 것은 모든 악의 근원' 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또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직장에 가라' 나 '똑똑한 사람이 돼라' 같은 말보다 '공부 열심히 해서 회사를 차려라' '똑똑한 사람을 고용하면 된다' 는 조언이 우리 아이들로 하여금 부를 창출하게 만든다고 설득한다.

이같은 주장은 기요사키의 독특한 인생 경험에서 나왔다. 박사학위까지 받고 평생을 공직에 몸담았지만 세금 내기만도 벅차하며 돈 한푼 없이 생을 마감한 가난한 아빠(친아버지)와 초등학교도 못 나왔지만 백만장자로 성공한 부자 아빠(친구 아버지)가 그에게 각각 던져준 가르침을 통해 기요사키 스스로 돈에 대한 나름의 '올바른' 시각을 정립했다.

가난한 아빠는 늘 "나는 돈에 관심이 없다. 돈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너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어 부자가 될 수 없었다" 고 말했지만 부자 아빠는 "돈이야말로 정말 힘이다" "나는 너 때문에 부자가 돼야 한다" 고 말했다고 한다.

기요사키는 교육.의료 서비스 등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물론 많겠지만 돈 없이 가질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돈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바로 자유다. 돈이 충분치 않으면 돈을 위해 일을 할 수밖에 없지만 돈이 많으면 일을 하건 안하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사고 싶은 물건을 살 자유, 여행할 자유, 좋은 환경에서 살 자유, 모두 돈이 주는 자유다.

이와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이 또 하나 있다. 뉴욕의 유명한 재정설계사이자 변호사인 스테판 폴란이 쓴 〈다 쓰고 죽어라〉 와 〈부유하게 살자〉(노혜숙 옮김.해냄)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오히려 함정일 수 있다며 일은 돈을 버는 수단에 불과하고, 그렇다면 많이 벌어야 한다는 폴란의 주장은 기요사키와 같으면서도 다르다.

'돈은 정직하다' '돈을 버는 이유는 자유를 얻기 위한 것이다' 는 돈에 대한 기본생각은 일치하지만 돈을 다루는 세세한 규칙에서는 차이가 난다.

이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곳은 은퇴와 상속에 관한 부분이다. 그 자신이 이미 엄청난 돈을 벌어 소위 돈벌이 차원의 일에서 은퇴한 기요사키는 "평생 일하는 것이 즐겁다는 생각이야말로 허구" 라며 "정말 돈을 많이 벌면 은퇴하라" 고 부추긴다.

반면 폴란은 과거에 사람들이 은퇴를 생각했을 때 대부분의 일은 육체노동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살아 있는 죽음' 인 은퇴를 끝까지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상속에 대한 생각은 더더욱 다르다. 기요사키는 후세에 무언가 남겨 주기 위해 돈을 번다는 사고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지만 폴란은 상속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 해악이라며 살아 있는 동안 마음껏 즐기고 다 쓰고 죽으란다.

어쨌든 두 책 모두 아주 노골적으로 돈을 '밝힌다' 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겨 준다.

〈아이를 부자로 키우는 법〉(변재용 지음.중앙 M&B)도 터부시하는 돈에 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일은 중시하면서도 그에 대한 대가인 돈 얘기를 꺼리는 것은 잘못된 관례라며 아이들에게 당당하게 돈 요구 하는 법을 가르치자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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