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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엔 좌·우 없다는 박근혜 비대위 … MB와 차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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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첫 비상대책위 회의가 27일 당사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이주영 정책위의장, 황우여 원내대표, 이상돈 교수, 이양희 교수, 박근혜 비대위원장,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 김종인 전 경제수석, 조동성 교수,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주광덕·김세연 의원. [최승식 기자]

지난 7일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의 동반 사퇴에 따른 한나라당의 지도부 공백 사태가 20일 만에 정리됐다. 한나라당은 27일 상임전국위원회(위원장 김학송 의원)를 열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요청한 10명의 비대위원 임명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당의 인적·정책적 쇄신을 추진할 새 지휘부가 출범한 것이다. 비대위는 첫 회의부터 거침없는 강공 드라이브를 펴며 쇄신의 신호탄을 쐈다. 비대위 인선을 통해 박 위원장이 추구하는 쇄신코드도 분명해졌다.

우선 과감한 개혁정책을 통해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하겠다는 의지가 짙게 드러난다. 박 위원장과 함께 비대위의 ‘투톱’을 형성할 것이란 평가를 받는 김종인 위원은 27일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기본적 사고와 정책, 사람 등 모든 것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데 지금까지도 뭐가 뭔지를 모르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자신을 하층민이라고 생각하고, 60%는 희망이 없다고 얘기하는데 그런 국민을 데리고 어떻게 나라를 정상적으로 이끌 수 있겠느냐”며 “복지정책은 좌파 복지, 우파 복지가 따로 없는데 한나라당은 복지가 진보 진영에서나 하는 것이라는 사고가 팽배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와는 다른, 복지정책에 대한 명확한 방향 설정인 셈이다.

 정부의 4대 강 사업을 강력히 비판해 왔던 이상돈 위원도 “현 정부가 국민을 도외시하고 독선과 오만의 자세를 견지해 온 것이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며 “(현 정부는) 민주주의의 틀을 훼손했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이 개혁 성향의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 21’에서 주광덕·김세연 의원을 발탁한 것도 쇄신파의 목소리를 많이 반영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이번 정기국회와 내년 총선에서 서민·중산층의 요구에 부응하는 입법·공약 개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조는 공천 때 대대적인 물갈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젊은 층과의 소통도 강화했다. 저소득층 무료 과외 봉사 활동을 벌이던 26세의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를 당 지도부에 발탁한 것은 한나라당 창당 이래 전례 없는 파격이다. 그는 “박 위원장이 청년층 문제와 관련해서 (제게)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더라”며 “우선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ICL) 등의 문제를 파헤쳐 보려 한다”고 말했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도 20~30대의 디지털 마인드를 겨냥한 맞춤형 영입으로 보인다.

 계파 색채를 희석하는 데도 신경을 썼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원 가운데 자신의 측근이나 국가미래연구원 등 외부 자문그룹을 아무도 뽑지 않았다. 이재오·정몽준·김문수계 인사들도 기용하지 않았다. 외부 영입인사들도 김종인 위원을 제외하면 특별한 친분이 있지는 않다. 한 당직자는 “박 위원장이 향후 당 운영과 공천에서 ‘탕평’ 행보를 선언한 셈”이라며 “공천 때 특정 계파의 불이익 논란을 없애려는 사전 정지 작업의 의미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긍정적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내 일각에선 “멤버 구성을 보니 콘텐트보다는 구색 갖추기에 신경 쓴 것 같다” “교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외부 영입인사 중에 개인적 컬러가 강한 몇몇이 자기 주장을 너무 내세우면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글=김정하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첫 회의부터 쇄신책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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