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관절 수술, 이젠 수혈 없이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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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환자인 고남순(78·여·가명)씨. 얼마 전 무릎관절 수술을 받기 위해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했다. 혈액 응고를 막는 아스피린이 자칫 과다 출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령자에겐 또 다른 복병이 있다. 아스피린 복용이나 혈우병이 아니더라도 혈액 응고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고씨는 이런 불안감을 가지고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수혈도 받지 않았다. 최근 외과계에 불고 있는 무혈 수술 덕분이다.

 무혈 수술은 출혈을 최소화해 남의 피를 공급받아야 하는 수혈을 줄여준다. 정형외과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인공관절클리닉 조재현 원장은 “최근 무릎관절 수술도 수혈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능하면 피를 적게 내는 수술로 전환하고 있다”며 “특히 체력이 떨어지는 고령자, 혈우병 환자, 혈액 응고 방지제 복용자에겐 권할만한 수술”이라고 말했다.

 무혈 수술을 가능케 하는 것이 최소 침습 시술의 등장이다. 조 원장은 수술 시 크게 세 가지를 고려한다고 강조한다.

 첫째는 절개 부위를 줄이는 것이다. 종래 인공관절을 갈아 끼우기 위해 15㎝ 이상 절개하던 것을 10~12㎝로 줄인다. 게다가 관절 주변의 부드러운 연부조직도 손상을 최소화한다.

 둘째는 혈액이 새지 않도록 혈관을 원천 봉쇄한다. 조 원장은 “피가 많이 나오는 5개 정도의 주 혈관을 전기소작으로 지져 혈류를 차단한다”고 말했다.

 셋째는 정확한 수술이다. 절단한 뼈에 인공관절을 정확하게 위치시켜 뼈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억제한다.

 일반적으로 인공관절 수술 환자의 70%가 수혈을 받는다. 수혈량은 대체로 혈액 팩 2~4개(600~1200㏄). 헤모글로빈 수치가 10g/㎗ 이하이거나, 수술 시간이 길고, 절개 부위가 커 출혈이 많을 때 수혈을 고려한다.

 무혈 수술의 장점은 많다. 제일정형외과 금정섭 원장은 “고령자에겐 수술의 안전성과 빠른 회복이 담보돼야 한다”며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어르신과 아스피린 복용자가 늘어나 무혈 수술의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득이 수혈이 필요할 때도 있다. 이럴 땐 환자의 혈액을 미리 확보한 뒤 혈액세척장치를 사용해 ‘자가 수혈’을 한다.

 금 원장은 “수술 후 나오는 피를 피주머니(hemovac)에 모아 혈액세척장치(자가수혈기)를 통해 걸러낸 뒤 다시 수혈한다”고 말했다. 환자 자신의 피를 재사용하므로 타인의 혈액을 공급받으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부담을 덜 수 있다.

 금 원장은 “이 같은 최소 침습 방법은 인공관절 수술에 대한 임상 경험이 축적돼야 가능하다”며 “하지만 출혈 경향이 높거나 자가 수혈을 거부하는 등 환자의 10%에선 적은 양이나마 수혈을 한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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