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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성탄절, 상업적 행사 변질” … 시리아 유혈사태 종식도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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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금 이 시간 세계는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끊임없는 폭력에 위협받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과 고통받는 이들, 이주자들을 위해 특별히 기도합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사진)는 25일(현지시간) 크리스마스를 맞아 폭력사태의 중단을 촉구했다.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의 중앙회랑에서 성탄절 메시지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시리아의 유혈사태 종식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또 동아프리카 난민과 태국 폭우 피해자 등을 직접 거론해 위로했고, 미얀마의 정치적 대화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동아프리카 지역의 안정을 기원했다.

 교황은 앞서 24일 저녁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성탄전야 미사에서 크리스마스의 피상적인 화려함을 질타했다. 교황은 그러면서 “베들레헴의 한 마구간에 있던 아기를 기억하자”고 했다. 교황은 “오늘날 크리스마스는 상업적 행사가 됐 다. 화려한 불빛이 하느님의 겸손함과 신비를 가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 베드로 대성당과 광장에 수만 명의 신자가 몰린 가운데 교황은 오후 6시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집무실에서 창문을 열고 평화의 촛불을 밝히는 것으로 이날 의식을 시작했다. 올해 84세의 교황은 이번 미사 때 보좌관들이 미는 이동식 연단을 사용해 성당 중앙회랑을 통과했다. 이 연단은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사용하던 것이다. 일각에선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교황의 건강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요르단강 서안 베들레헴 성지엔 올해 10만여 명의 순례객이 몰려 예수 탄생을 기렸다.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에서 전야미사를 집전한 파우드 트왈 가톨릭 대주교는 이스라엘 장벽을 애통해하며 “콘크리트 벽을 허물기 위해선 마음의 벽을 먼저 허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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