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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펜싱 남자 플뢰레 김영호

중앙일보

입력

뜀박질에 소질이 있어 육상선수를 하던 까까머리 중학생 김영호는 어느날 하얀 유니폼을 입고 날렵한 칼을 든 학교 펜싱 선수들과 맞닥뜨렸다.

'바로 저거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소년과 펜싱의 운명적 만남은 시작됐다.

그리고 15년 후 국내 남자 플뢰레 1인자 김영호(30.대전도시개발공사)는 한국 펜싱 사상 첫 올림픽 메달 꿈을 안고 시드니로 향한다.

김에게 이번 올림픽은 세번째 무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는 예선 탈락했고, 96년 애틀랜타에서는 8강전에서 당시 우승자였던 이탈리아의 부치니를 맞아 14 - 13까지 앞서가다 14 - 15로 아깝게 역전패했다.

그로부터 4년. 김영호는 그동안 큰 시련을 겪었다. 98방콕아시안게임 직후 '기흉' 이라는 병을 앓아 폐가 5㎝ 정도 찢어졌다. 일곱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아 7개월 동안 칼을 놓아야 했다.

그러나 집념의 검투사 김영호는 더 강해진 모습으로 플로어에 돌아왔다.

지난해 서울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했고, 테헤란 국제대회와 대우그랑프리대회에서 잇따라 우승을 차지했다.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다투던 고르비스키(우크라이나).왕하이빈(중국)도 더이상 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현재 김에게 가장 껄끄러운 상대는 독일의 비쉘도르프 랄프. 키가 2m가 넘는 거한이고 팔도 워낙 길어 기술이 잘 먹히지 않는다.

그러나 김은 "체중을 7㎏ 정도 늘려 힘을 키웠고 상대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했기 때문에 더이상 지지 않겠다" 고 자신감을 보인다.

대표팀 김헌수 코치도 "메달 가능성은 70% 이상이다. 유럽 심판들의 텃세만 피한다면 금메달도 노릴 만하다" 고 힘을 실어줬다.

광복 후 김창환이 일본에서 펜싱을 배워온 지 올해로 55년. 올림픽 첫 메달의 숙원을 품고 펜싱인들은 김영호의 칼끝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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