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뺏고 물 고문” 친구들 괴롭힘에 중학생 투신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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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구의 한 중학생이 같은 반 학생으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 등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2일 대구 수성경찰서에 따르면 20일 오전 9시쯤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중학교 2학년 권모(14)군이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67)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권군은 집 거실에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그는 가해자로 같은 반 학생 2명을 지목했다.

권군은 유서에서 “(친구들이) 컴퓨터 게임을 할 때 쓴다며 통장의 돈을 가져갔고 물로 고문하고 온갖 심부름과 숙제를 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매일 우리 집에 와 단소로 때리고 문제집을 가져갔다”며 “피아노 의자에 엎드리게 한 뒤 무차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권군은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에게 도움을 구하려 했지만 보복이 두려웠다”고 신고하지 못한 이유를 적었다. 가해 학생들은 권군의 부모가 맞벌이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방과후 집을 드나든 것으로 나타났다.

 권군의 부모는 “‘친구들이 잠깐 놀다 갔다’고 해 별일 없는 줄 알았다”며 “가해 학생을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가 확인되면 폭행·공갈 등의 혐의로 사법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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