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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넷 펄만, 데랙 램〈Why me?〉

중앙일보

입력

딱 5분 남은 당신의 인생!

작년 이맘때를 떠올려보자. 세기말, 시간과 인생의 유한함과 덧없는 연속성 앞에서 우리는 참으로 많은 질문을 했었다.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혹은 지구의 종말이라면...무엇을 하겠는가? 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사실, 아니 솔직히 '죽음'이란 '종말'이란, 사과나무를 심듯이 우아하게 맞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 네스빗 스푼은 평범한 날, 병원에 갔다가 그의 인생이 딱 5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형선고를 듣게된다. 오늘의 운세도 비껴가고,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치는 순간이다.

최악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네스빗의 감정 변화...처음엔 의사의 진단을 무시했다가, 불안을 느끼고,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Why me!'라고 처절하게 울부짖는다.

아! 이 얼마나 열 받는 일인가.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살수 있다는 희망찾기에 몰두한다. 신약은 없는지, 자신을 의학실험에 쓸수는 없는지, 영화에서처럼 냉동을 할 궁리까지 하지만...그는 곧 체념한다. 이성을 되찾은 듯한 네스빗은 차분하게 후회와 아쉬움을 느끼며, 인생의 마지막 남은 몇 분을 나름대로 준비하기 시작한다. 잡지구독과 보험도 정리하고, 병원기물을 파손한 것도 변상하고, 의사에게 소송을 걸겠다는 제 정신이 박힌 그는 책상위에 기어가는 벌레를 신발로 때려죽인다. 늘 하던대로, 일상적인 그의 모습이 회복된 것이다.

평범한 우리는 죽어가면서도 삶의 관성과 타성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살다보면, 그럴때가 종종 있다. 실연을 당해도 배가 고파 식욕이 느껴지고, 사랑하는 사람이 앓아 누워도 어김없이 졸음이 몰려오는...^^ -흑...나만 그런가-

이성과 감성을 지배하는 커다랗고 심각한 사건보다, 사람의 본능과 작은 일상이 더 크게, 알지 못하게 우리를 장악하는 것은 아닐까?

공동작가인 쟈넷 펄만의 대표작은 이때까지의 신데렐라 버전중에서 가장 엉뚱하고 신선한 '펭귄신데렐라!' ^^ 원전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뒤뚱거리는 팽귄들과 샐러드 접시 같은 유리구두는 동화속에 숨은 이념과 코드를 뒤집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유쾌하다.

〈Why me〉는 아침신문의 네칸짜리 시사만화를 보는 것처럼, 단순한 인물중심의 화면구성이다. 섬세하게 표현된 네스빗의 심리는 마치 연극무대위에 선 배우의 연기를 떠올리게 한다. 분노와 슬픔, 허무와 희망의 생생한 감정들이 뮤머러스하게 교차하며, 인생의 마지막 5분이란 한계상황 속으로 집중시킨다.

네스빗 이외에 등장하는 인물이라곤 의사 한명뿐인데, 이 둘의 그림 또한 다분히 의도적이고 장치적이다. 분노와 슬픔으로 날뛰는 네스빗 앞에서 시종일관 차분하게 앉아있는 의사의 모습은 이성적인 듯 보이지만, 삶의 치열함과 그 찰나의 유한성에 눈뜨지 못하는 나의 모습같다. 무엇이 잘 사는 것이고, 함께 살아가는 것인가.

불행으로부터 자유로운 듯이 보이는, 앞으로 얼만큼의 시간을 살수 있을지...
결코 알지 못하는 채로, 잘 살아가고 있는 당신에게 30초의 시간밖에 살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남자.네스빗은 현명하고 현실적인 해답을 전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죠!'

수상 : 뉴욕,헐리웃 영화제등 수상

송유경 객원기자<raba1895@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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