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 사슴 선물로 당근·인형 보내온 아이도 있어요”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49호 12면

산타클로스 우체국에 근무하는 ‘요정’ 크리스티나가 세계 각국에서 온 편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크리스티나는 나이를 묻자 “우리 요정들은 (동화에 나오는 요정들과는 달리) 나이가 아주 많다”고 받아넘겼다. [크리스티나 제공]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가 되면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선물 보따리를 들고 굴뚝으로 들어온다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곧 실망으로 변했다. 당최 산타 할아버지를 만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머리맡에 놓여진, 언제 두고 갔는지 모를 선물만 보며 아쉬움을 달랠 뿐이다. 실망한 아이들이 산타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 편지는 산타클로스의 고향으로 알려진 핀란드 로바니에미 시에 있는 산타마을 우체국으로 보내진다. 산타를 만나지 못하고 또 만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가 많아진 때문인지 이곳에 도착하는 편지도 크게 늘고 있다. 이 우체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편지를 받아 정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1년 내내 요정(elf) 복장을 하고 일하기 때문에 산타 마을 요정으로 통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핀란드 산타마을 우체국에 근무하는 요정 크리스티나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크리스티나는 “안녕하세요. 크리스티나입니다”라는 한국어 인사도 답장에 함께 써 보냈다.

핀란드 산타마을 우체국에 근무하는 ‘요정’ 크리스티나 인터뷰

-언제부터 산타클로스 우체국에서 일했나.
“나는 스페인 출신이다. 7년 전 북극권(北極圈)에 있는 이 도시로 와서 산타클로스에게 오는 편지를 정리하는 우체국 요정이 되었다.”

-‘요정’이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어릴 때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을 좋아했고, 이곳에 오면 세계 여러 나라 말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매년 수십만 통씩 받는 편지 중 수천 통의 답장을 보내는 일을 도와주고 있다.”

-산타클로스 우체국에서 일하는 요정들은 모두 몇 명인가.
“계절마다 좀 차이가 있는데 가장 바쁜 겨울에는 10명에서 12명 정도 된다.”

-산타클로스 우체국을 소개한다면.
“여기는 1년 365일 내내 크리스마스다. 캐럴이 울려 퍼지고, 아름다운 요정들이 산타클로스에게 온 편지를 처리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 여러 나라 말로 안내도 한다. 우체국에는 다양한 크리스마스 카드와 재미있는 크리스마스 소인(消印), 그리고 핀란드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있는 우편엽서도 전시돼 있다. 우리 우체국에서 만든 우표도 다양하게 비치돼 있다. 관광객들이 선물용으로 많이 사간다. 나는 세계 각국 손님들이 우리가 우체국에서 하는 일을 신기한 듯 지켜보는 것을 즐기고 있다.”

-매년 산타 할아버지에게 오는 편지가 어느 정도 되나. 그리고 답장은 어느 정도 하나.
“1980년대 이후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세계 198개국으로부터 1500만 통 이상의 편지와 소포를 받았다. 매년 50만 통이 넘는 편지를 받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대략 62만 통의 편지가 산타클로스 우체국에 배달됐다. 이 중 산타 할아버지와 우리 요정들이 열심히 답장을 써 4만5000통가량 답장을 보냈다.”

-답장을 못 받는 사람들은 아쉬울 것 같다.
“그 많은 편지에 일일이 답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 우체국에서는 최근 꼭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산타 할아버지에게 특별히 답장을 부탁할 수 있는 주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자녀나 친구에게 산타 할아버지의 편지를 꼭 선물하고 싶은 경우 우리 우체국 홈페이지 해당 코너(https://verkkokauppa.posti.fi/PublishedService?pageID=18&freePage=2002)에서 주문하면 된다.”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려면 주소를 어떻게 써야 하나.
“정식 주소는
Santa Claus’ Main Post Office
T<00E4>htikuja 1,
96930 NAPAPIIRI
ARCTIC CIRCLE
이다. 그런데 ‘핀란드 산타마을’ 이렇게만 써도 곧잘 온다. 산타 할아버지가 세계적인 인물이라 그런 거 같다.”

-내가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면, 정말로 산타가 그 편지를 읽어보나.
“물론이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와 산타클로스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요정들은 모든 편지를 다 읽는다. 요즘은 피크시즌이라 하루 3만2000통 정도의 편지가 도착한다. 오는 대로 하루에 다 읽지는 못하지만 두고두고 열심히 읽는다.”

-국가별로 분류한다면, 어느 나라에서 편지를 가장 많이 보내나.
“올해는 지금까지 영국에서 19만 통 정도 편지가 와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이탈리아(7만4000통)·루마니아(7만 통)·폴란드(4만7000통)·핀란드(2만9000통)·일본(2만8000통)·중국(1만8000통, 대만·홍콩·마카오 포함)·프랑스(1만4000통) 순이다. 한국에서도 1만3000통이 왔고 독일에서도 1만 통가량의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에는 주로 어떤 얘기가 씌어 있나.
“아이들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그들의 일상생활과 나라, 그리고 소원을 주로 이야기한다. 산타클로스와 요정들, 그리고 썰매를 끄는 순록에 관한 질문도 많이 한다. 어린이들은 또한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과 사진·선물·과자 등을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 선물로 보내온다. 어린 순록에게 주라며 인형과 당근을 보내주기도 한다. 편지 내용은 나라별로도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예를 들면 어떤 나라 아이들은 당장 필요한 물건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주로 쓰는 반면, 어떤 나라 아이들은 미래 소망을 쓰는 경우가 많다.”

-기억에 남는 편지 내용을 소개해줄 수 있나.
“지금까지 산타 할아버지가 받은 편지 중 가장 긴 것은 길이가 413m나 됐다. 그것은 루마니아에서 온 것이었는데, 8개 학교 학생 2110명이 함께 쓴 것이었다.”

-편지를 읽다 보면 다양한 느낌을 가질 것 같은데.
“그렇다. 요정으로 일하면서 우리는 기쁘고 즐거운 일뿐만 아니라 슬픈 일도 동시에 경험한다. 편지에 딱한 사연이 실려 있을 때가 그렇다. 가난한 나라 어린이가 몸이 아프다며 산타 할아버지가 낫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편지를 보내온 적도 있다.”

-편지는 주로 어린이들이 보내나.
“그렇다. 글을 쓰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을 대신해 부모가 써서 보내기도 한다. 스리랑카에서는 산타 할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인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손자를 대신해 보내온 경우도 있었다.”

-어른들이 보내는 편지에는 주로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어른들의 편지에는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내용이 많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