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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랠리, 한국 증시엔 10년동안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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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산타랠리’. 증권가에서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과 신년 초에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을 뜻한다. 이 산타랠리가 올해는 나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간 국내에서는 산타랠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타클로스는 적어도 10년간 국내 증시에 ‘선물’을 주지 않았다는 얘기다.

 임종필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파이낸셜 애널리스트 저널’에서 분석 모델을 차용해 특정 달의 누적 평균수익률이 어떤 규칙성이 있는지 분석했다. 이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달이 매년 어떤 흐름을 보이는지 따져본 것이다.

 하지만 연말·연초인 11월, 12월, 1월 모두 임계치를 넘어 유별나게 오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임계치는 통계적으로 ‘일어날 법한 사건’의 90% 수준을 말한다는 게 임 연구원의 설명이다. 결국 연말의 반짝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산타랠리는 투자자들의 기대 속에만 있었던 게 된다.

 미국에서도 최근 몇 년 새 연말 주가는 신통치 않았다. 산타랠리라는 말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각종 보너스가 집중적으로 지급되고, 선물 수요 등으로 소비가 늘면서 기업 실적이 좋아져 주가가 오르는 경향을 표현한 말이다. 하지만 S&P500 지수를 기준으로 볼 때 최근 5년 중 2009년 말을 제외하고는 12월 주가가 매번 전월보다 내렸거나 소폭 오르는 강보합 수준이었다.

 다만 국내 증시에서 연말에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는 업종은 있었다. 11월에는 소형주, 12월에는 대형주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나타났다. 12월에는 배당을 겨냥한 투자가 몰리고, 연말에 기관투자가들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대형주를 새로 편입하는 수요가 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업종별로는 통신, 소재, 필수소비재 등이 11월에 주가가 강했다. 하지만 이 중에서 통신은 업황이 정체돼 있고, 정책 변수도 커서 지금 시점에 투자 유망 종목으로 보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임 연구원은 “필수소비재는 앞으로 이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중국 증시 회복세와 동반해 연말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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