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입구. 간판이 붙어 있었지만 내부 시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지표면에서 12m를 파낸 뒤 건물을 지었고, 주변에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입구를 지나니 곧바로 추모공원 건물로 이어지는 전용 터널이 나왔다. 이 터널은 외부에서 드나드는 차량을 볼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서울시는 이날 서울추모공원에서 박원순 시장과 고건 전 시장, 진익철 서초구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했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건설이 미뤄지다 13년 만에 결실을 본 것이다. 청계산 자락의 3만7000㎡ 부지에 조성된 추모공원은 서울 시내에 들어선 최초의 화장 시설이다. 내년 1월 16일에 정식으로 개장한다. 2층짜리 추모공원 건물 내부는 미술관 같았다. 건물 중앙에는 연못과 꽃 모양의 조각 작품이 어우러진 ‘하늘연못’과 30여 점의 미술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유족들이 고인과 이별하는 ‘이별실’을 지나 화장 시설로 들어서니 11기의 화장로가 보였다. 성은희 서울시 노인복지과장은 “두 번 연소하는 기존 화장로와는 달리 새 화장로는 네 번 연소를 하면서 매연가스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작했다”면서 “화장 시간도 기존 화장로보다 20분 이상 단축해 100분을 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설 안정화 기간을 거쳐 내년 4월부터 화장로를 완전 가동할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하루에 65구의 시신을 화장할 수 있다. 사용료는 경기도 고양시 소재 서울시립승화원(옛 벽제화장장)과 마찬가지로 서울시민(고양·파주시민 포함)은 9만원, 타 지역 주민은 70만원이다.
최근 화장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서울시립승화원은 이미 포화 상태다. 1995년 28.3%에 그쳤던 화장률은 지난해 75.9%로 증가했다. 2020년에는 9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 때문에 서울 시민의 20% 정도가 성남·수원 같은 다른 지역 화장 시설을 이용하거나, 화장 순서를 기다리며 4~5일장을 치르고 있다.
서울시는 1998년부터 추모공원 사업을 추진했지만, 지역 주민들과의 소송으로 7년을 허비했다. 박 시장은 이날 보상을 요구하며 몰려온 주민들과 즉석 간담회를 하고 1주일 이내 주민 대표들과 직접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진 구청장은 “1급 혐오시설인 화장장을 서초구에서 수용한 만큼 서울시가 약속한 17개 주민 지원계획을 조속히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현재 제1종 일반주거지역(용적률 100%)으로 지정돼 있는 인근 지역을 제2종 일반주거지역(용적률 200%)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윤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