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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돈 1억 … 디도스 공격범에게 들어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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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0·26 재·보선 날 중앙선관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은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김모(30)씨가 총 1억원을 디도스 공격 실행자인 강모(25)씨 등에게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공개하지 않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향후 검찰 수사에서 윗선 개입 여부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14일 김씨가 디도스 사건 6일 전인 10월 20일 범행을 주도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전 비서 공모(27)씨에게 1000만원을 보냈고, 11월 11일에는 강씨의 회사계좌로 9000만원을 보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런 자금 흐름은 김씨가 공씨를 통해 강씨에게 착수금 1000만원을 준 뒤 범행 이후 성공보수로 9000만원을 준 것으로 볼 수도 있어 이번 사건이 대가 없이 이뤄졌다는 경찰 수사결과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범죄자금으로 보기 어려워 수사결과 발표 때 공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처음 1000만원은 강씨에게 전달돼 강씨 회사 직원 7명의 급여로 지급됐고, 9000만원 중 8000만원은 강씨 회사 임원이자 공씨의 고향 친구인 차모(27)씨가 온라인 도박으로 탕진했다.

 경찰은 은폐 의혹이 일자 “강씨는 11월 17일과 26일 5000만원씩 총 1억원을 김씨에게 갚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개인 간의 채무관계라는 입장이다. 김씨가 돈을 빌려주면서 1000만원에 대해선 월 25만원, 9000만원에 대해선 원금의 30%를 이자로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관련자들이 모두 급여계좌 등 실명계좌를 써 범죄 자금의 흐름으로 볼 수 없다고도 했다.

 ◆부실수사 의혹에 은폐 의혹까지=경찰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더 커졌다. 당초 이 사건에 대한 가장 큰 의문점 중 하나는 과연 강씨가 아무런 대가 없이 고향 선배인 공씨의 부탁만 받고 디도스 공격을 실행했을까 하는 점이었다. 더욱이 경찰은 국회의장 전 비서 김씨가 재·보선 전날 술자리에서 공씨로부터 디도스 공격에 대한 얘기를 전해 듣고 말리기만 했다며 이번 사건과 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묘사했다. 하지만 김씨와 강씨 사이에 금전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윗선 개입 의혹이 더 짙어졌다.

 30세 수행비서인 김씨가 선뜻 1억원을 강씨에게 송금한 점도 의문이다. 김씨는 전세금 3억2000만원 가운데 1억원을 갑자기 빼내 강씨에게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고위 당직자 등이 김씨에게 금전적 지원을 했다는 것이 드러나면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질 수 있다.

 무엇보다 경찰은 수사 결과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논란을 더 키웠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경찰은 범행 전날 저녁식사 자리에 참석한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비서 김모씨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고, 청와대 박모 행정관(3급)에 대해서는 아예 참석 사실까지 숨겼다.

 한편 이 사건을 넘겨 받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이날 디도스 공격에 가담한 혐의로 강씨 회사 직원 강모(2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전날 강씨를 긴급체포하고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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